한달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해 힘겨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기금이 4일 공식 출범한다. 이에 앞서 채무조정 사전신청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3만명 이상이 온라인 플랫폼에 방문하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새출발기금이 당초 기대만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환유예와 만기연장 등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시점이 또 한 번 연기되면서 새출발기금 출시 목적이 희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 15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도 출시 전에는 많은 차주들이 관심을 나타냈지만 실제 신청은 여전히 저조하다. 새출발기금이 안심전환대출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전 관심 보였지만…
금융위원회는 4일부터 오프라인 현장창구를 통해 새출발기금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청 초기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4일(9월27~30일) 동안 사전신청을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29일 기준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 방문자수는 누적 13만4976명으로 집계됐다. 콜센터를 통한 상담은 1만6716건, 채무조정 신청자는 2827명이며 채무액은 4027억원 규모다.
사전신청 기간에만 13만여명이 넘는 차주들이 플랫폼에 방문해 관심을 드러냈고, 실제 채무조정을 신청한 경우도 3000여명에 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5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안심전환대출도 출시 전 많은 차주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전인 지난 8월17일부터 사전안내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약 2주 후인 9월5일 기준 방문자 수가 34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1만8000명이 안심전환대출에 관심을 나타낸 셈이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은 실제 신청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택가격 3억원 이하를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한 1차 접수(9월15~28일) 결과 신청 액수는 2조168억원(2만2084건)을 기록했다. 안심전환대출 예산(25조원)의 8.1%에 불과하다.
1차 신청 대상이 주택가격 3억원 이하로 수도권 대다수 차주는 신청이 불가능하고, 최저 금리도 3.8% 수준으로 이전보다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게 인기가 시들한 이유로 꼽힌다. 내달 6일부터 주택가격 4억원 이하까지 대상을 넓혀 2차 접수가 시작된다.
연장된 코로나 금융지원, 영향은
새출발기금도 안심전환대출과 초반 분위기는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전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 금융지원(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종료 시점을 추가로 연장한 게 새출발기금에는 변수다. 새출발기금 자체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를 대비해 정부가 구상한 정책금융상품인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당초 정부가 계획한 새출발기금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기사: 스텝 꼬이는 김주현, 새출발기금도 '오리알'되나(9월22일)
다만 새출발기금은 출시 후 3년 동안 신청을 받는 등 장기간 운영하고, 이 기간 회복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 역시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대상도 상환능력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화됐다면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상호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으로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새출발기금도 접수 초반에는 안심전환대출처럼 신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지원 연장으로 버티다가 더 이상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새출발기금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들이 장기적으로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심전환대출은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는 반면 새출발기금은 3년 동안 신청할 수 있어 흥행 실패의 관점보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