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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카뱅, 불모지 태국서 자리 잡을까?

  • 2023.06.26(월) 06:01

태국 정부, '가상은행' 설립 인가키로
카뱅, 태국 SCBX와 손잡고 도전장
국내서 쌓은 노하우, 태국서 적용 가능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진출 시동을 걸었습니다. 대상은 해외 진출 '불모지'나 다름없던 태국입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가상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합류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입장인데요,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상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국내의 경험을 살려 태국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동남아 '불모지' 태국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금융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의 사채시장과 같은 제도권 밖 금융사업이 활발하다가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회사 역시 본격적으로 수익원을 창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동남아시아지역에 적극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진출한 국가 중 2분의 3이상이 동남아시아 국가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태국에는 좀처럼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왜 일까요?

사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금융회사 역시 태국에 거점을 확보했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태국 정부 측에서 '간판'만 살려두면 향후 사업을 펼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까지 했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 역시 사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에 삼성생명을 제외한 모든 금융회사가 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그 이후 상황이 나아져 다시 국내 금융회사들이 태국으로의 진출을 타진했지만 모두 좌절됐습니다. 태국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자리를 지켜준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핵심 금융회사로 자리를 잡았고 태국 당국입장에서도 해외 금융 자본을 유치하기 보다는 자국의 금융회사를 키우기로 하면서 입니다. 여기에는 과거 태국 정부의 요청을 묵살한 '괘씸죄'도 일부 반영됐다고 보는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그나마 지난 2021년 KB국민카드가 태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제이핀테크의 지분 50%가량을 사들이면서 다시 태국내 진출의 씨앗을 뿌리긴 했지만 핵심 사업인 은행업은 좀처럼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태국 진출은 '그림의 떡' 같은 존재입니다.

디지털 금융 발 내딛는 태국

태국 중앙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에 해당하는 '가상은행(Virtual Bank)'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바로 이 '가상은행' 설립 과정에 참여해 태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태국이 추진하는 '가상은행'은 어떠한 방식으로 설립될까요. 

태국 중앙은행이 설립하기로 한 '가상은행'의 개요는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특히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상은행' 답게 오프라인 접점이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컨소시엄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컨소시엄내 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규모 역시 작지 않은 규모로 출범합니다. 태국 중앙은행은 '가상은행' 초기 출범 자금으로 50억바트(한화 1900억원)가량을 책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위한 법정 최저 초기 자본금 규모가 1000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국 정부의 가상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태국 중앙은행은 내년초 총 3개의 가상은행 면허를 발급한 이후 2025년부터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Arthid Nanthawithaya) SCBX 대표이사가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카뱅 "우리 '전문분야"… 성공방정식 태국서도 통할까 

특히 태국 중앙은행은 가상은행 설립과 관련해 자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은 최대 25%까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태국 중앙은행은 향후 사업 성과를 보고 지분을 최대 49%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카카오뱅크 역시 16일 깜짝 소식을 전했습니다. 태국의 금융지주회사인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도전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사업이 성장하면 지분율을 끌어올려 태국내 은행의 대주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가 태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면허 획득을 원하는 다른 컨소시엄과의 '차별성'일 겁니다.

일단 태국 중앙은행이 가장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분은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입니다. 

카카오뱅크에게는 익숙한 분야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6년여간 영업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이러한 경험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2021년 아시아 경제전문지인 '아시아머니'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 은행'으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기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때문에 얼마나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핵심일 겁니다. 특히 태국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현금사용률이 높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겁니다. 

이 부분에서는 다른 경쟁자 들에 비해 다소 뒤쳐질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지 소식을 종합해보면 현재 가상은행 획득을 위해 태국내 유통기업집단 Charoen Pokphand Group과 Jay Mart Group, 통신사 AIS(Advanced Info Service), 등이 카카오뱅크와 SCBX 컨소시엄의 경쟁자로 꼽힙니다.

이들은 카카오뱅크의 파트너 SCBX와 견줘봤을때 태국에서 더 많은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예를 들어 Caroen Pokphand Group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Jay Mart Group은 대형마트, AIS는 통신사업자라는 특성을 통한 고객접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SCBX역시 금융회사라는 특성상 대고객 접점이 없다고는 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의 '태국 금융 마스터플랜'에는 은행업 인가에 대한 계획은 '가상은행' 설립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사실상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더이상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카카오뱅크의 이번 도전은 당분간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우리나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태국에 거점을 만들 수 있을까요? 내년 태국 당국의 결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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