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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에 웃은 다주택자…가계대출 어쩌나

  • 2023.10.03(화) 16:01

가계대출 다주택자 중심 증가
지방 미분양 등 소화하지만
DSR 규제 예외라 가계부채 영향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늘리는데 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 것이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주택 매입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영향력이 확산된다면 가계부채 관리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주택자 날개 달아준 규제 완화

지난해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전 정부(문재인 정부) 시절 지속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사라진 까닭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명목 아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3주택 이상 과표 12억원 이하는 중과를 폐지했다. 3주택 이상 과표 12억원 초과는 중과를 유지하되 세율은 인하(1.2~6%→0.5~5%)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내년 5월까지 유예한 상태다.

세부담을 줄인 것은 물론 올초부터는 대출 장벽도 없앴다.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있고, 임대·매매사업자도 주담대가 허용됐다.

시장에선 이같은 조치를 두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에 쏟아진 매물을 다주택자가 소화하면서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다주택자들이 시장 연착륙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주택 매입을 늘리면서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고,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개월 간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꼽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액의 절반 이상은 유주택자였다. ▷관련기사: [50년 주담대의 역설]'집 있는' 사람이 절반 넘었다(9월19일)

가계부채 잡힐까

다주택자들의 주택 추가 매입,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시장 진입 등으로 집값은 상승 전환했다. 이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매입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다. 

집값 불안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집값 상승 기대감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수요층들의 공급 축소 인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연휴 이후 4분기부터 거래량과 청약경쟁률,가격지표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고, 서둘러 집을 사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늘어나게 된다.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상대적으로 영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도 가계대출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며 "다주택자들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최근 정책을 보면 이들에게 갭투자를 하라는 신호로 보여진다"며 "중도금대출 등은 DSR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지방 미분양 등을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 상황에선 주택시장이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정부 부처 가운데 가계부채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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