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하루만 맡겨도 연 4%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던 '파킹통장'의 금리가 속속 내려가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저축은행들도 새해 들어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어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은행채 등 시중금리 하락으로 한숨을 돌린 금융회사들이 이제 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마다 파킹통장 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분간 파킹통장으로 목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7일부터 '플러스 자유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4.1%에서 연 3.9%(우대조건 충족 시)로 0.2%포인트 낮췄다.
파킹통장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적용되고 별도 해지나 재가입 없이 예치금에 인상된 금리가 자동 적용된다. 따라서 예치 금액과 기간, 입출금 횟수와 관계없이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돈을 오래 묶어두고 싶지 않지만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파킹통장도 기존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특히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은행의 입출금통장과 달리 저축은행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파킹통장을 운영한다.
다올저축은행은 지난 12일 'Fi커넥트 통장'의 3000만원 이하 구간 최고금리를 기존 연 4.0%에서 연 3.6%로 0.4%포인트 내렸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연 3.6% 금리를 제공하는 'Fi커넥트 통장'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파킹통장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Fi 커넥트Ⅱ통장'을 출시했다.
SBI저축은행도 이달 5일 파킹통장인 '사이다입출금통장'에 1억원 이하를 입금했을 때 제공하는 금리를 연 3.5%에서 연 3.3%로 0.2%포인트 낮췄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파킹통장 'OK읏백만통장2'의 100만~500만원 구간 금리를 기존 연 4.0%에서 연 3.5%로 0.5%포인트 내렸다.
물론 여전히 고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도 남아 있다. OK저축은행이 지난달 새로 출시한 OK짠테크통장은 5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연 7.0%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해당 상품은 가입 조건을 강화하며 사실상 신규 가입을 막았다. 'OK저축은행의 보통예금을 보유하지 않은 개인'으로 가입 조건을 좁혔기 때문이다.
은행권 파킹통장 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제일 EZ 통장'의 금리를 연 2.6%에서 연 2.1%로 0.5%포인트 인하한다. 첫 거래 고객에게 6개월간 적용하는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종전 연 3.6%에서 다음 달부터는 연 3.1%로 낮아진다.
이달 들어 파킹통장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원인으로는 시장 금리가 인하가 꼽힌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지속 하락하는 추세여서 그동안 높은 금리로 운용하던 주요 입출금통장 금리를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금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연 4.153%로 지난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이달 들어 연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전날 기준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연 3.579%이다.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고금리 혜택을 극대화하는 '파킹통장 쪼개기'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내던 '짠테크족'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내려가지 4%대 파킹통장에 대기성 자금을 넣어놓았던 강모씨(30세)는 "최근 정기예금도 하락하고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은 와중에 파킹통장이 4%대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입했는데 최근 들어 금리가 인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럴 거면 파킹통장에 넣어놓지 말고 조금이라도 정기예금 금리가 높았을 때 가입할 걸 후회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파킹통장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축은행들이 은행 간 예금 금리 경쟁이 수그러들자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수신으로 확보한 자금은 다시 대출 영업에 활용해야 하는데, 올해는 부실 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고금리 파킹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파킹통장은 시장 금리에 따라서 변동하는 상품인데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지속되고 있어 파킹통장 금리를 높일 요인이 사라졌다"며 "저축은행업권 같은 경우는 유동성이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금리를 높여서 수신 잔고 확보에 나서지만, 최근 대출을 줄이면서 그럴 필요성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