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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부실 정리' 버티는 저축은행…'이래도 버틸래' 압박하는 당국

  • 2024.04.08(월) 08:10

저축은행 연체율 6%대 치솟고 PF 구조조정 미지근
저축은행 "버티면 가격 올라…손해 감수 어려워"
당국, 경공매 활성화에 충당금 강화 등 압박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부동산PF의 더딘 구조조정을 우려해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부실채권 정리를 유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장부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손실을 보면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경·공매 활성화 조치에 이어 이르면 이달 중에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발표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의 부실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부동산PF 정리를 위해 경매, 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중앙회 표준규정에 반영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이다. 

표준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에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해야 한다. 기존의 규정에 '3개월'이라는 주기를 명시했다. 또 공매가는 실질담보가치,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회차 최저입찰가격을 감안해 적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경공매 활성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최근 당국은 제2금융권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 PF 부실사업장을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라 이같은 추세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치솟았다.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3.41%)대비 3.14%포인트 급등했다. 부동산PF 연체율도 6.94%로 전년 말(2.05%)보다 4.89%포인트나 높아졌다.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은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고금리 수신 유치에 따른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부동산PF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남아 있던 2013년 이후 약 9년 만으로, 총 79개 중 절반이 넘는 41개 저축은행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손해 감수하기 어렵다는 저축은행 '버티자'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 매각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해 실질적인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는 어렵단 입장이다.

특히 매수자인 민간 금융사들과 시각차가 있다고 봤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용하는 1조1050억 규모의 부동산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는 캠코가 5000억원, 민간 운용사들이 나머지를 출자해 운용하고 있는데, 6개월 동안 1000억여원 규모의 거래 1건만 성사되는 등 지지부진한 진행률을 보여 왔다. 

저축은행들은 민간 운용사들이 너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저축은행들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출자 없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330억원 규모의 펀드가 5개월 만에 전액 집행된 것과 비교하면 민간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고 있단 게 저축은행들의 설명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PF 채권을 매각하느니 연체율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담보(부동산) 가격 등이 회복될 때까지 만기를 연장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후에 반등했던 모습을 지켜봤던 저축은행들 사이에선 '버티자'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저축은행 업권 한 관계자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면 원금 회수가 가능한 사업장도 지금 매각하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라며 "당국이 경·공매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을 더 낮춰서 쓸텐데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공매 활성화에 충당금 압박까지 '이래도 버틸까'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저축은행의 역할을 연일 강조하며 압박수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저축은행들의 PF 채권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 부실채권을 3개월마다 경·공매에 넘기는 방안과 함께, 이달 중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안을 발표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 적립도 강화할 방침이다.

당국은 경·공매 활성화로 PF 부실채권 매각 가격이 낮아지면 PF 사업장에 돈이 돌면서 사업장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부실PF 사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 배분이 저해되고 실물경제 선순환도 제한된다.

저축은행들이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국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공매로 유도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들이 정리하지 않은 부실 사업장은 공시가격으로 평가를 받는데, 이렇게 되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면 부실 PF 대출을 정리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달 중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발표하면서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PF 사업장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이를 판단할 사업성 평가 예시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담보물의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당국에서 부실채권 매각 가격을 직접 얼마로 하라고 지시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경공매가 활성화되면서 공매 최저가가 계속 떨어지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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