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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부동산PF 불안에 기름 붓나

  • 2024.04.16(화) 06:20

중동 불안, 부동산PF 도화선 금리·물가 건드리나
옥석가리기 나선다는 당국…구조조정·공급 딜레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자칫 고금리·고물가라는 부동산PF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총선 이후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를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는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무력 충돌…국내 부동산PF까지 충격파

지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 공격의 여파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직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384.0원으로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하고 코스피가 장중 1% 이상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만 확대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유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상승압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국내 부동산PF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물가상승압력 확대에 기인한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접근 방향성이 달라졌다.

현재 부동산PF 사업장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이자 부담 가중이다. 

한 금융회사 부동산PF 관계자는 "높은 이자부담이 사업성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간 만기 연장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사업장의 경우 금리인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버티지 못하는 사업장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국제 유가 상승과 물류비 상승 역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사업성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PF의 위기는 고금리 뿐만 아니라 몇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 자체가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라며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해 물가가 더욱 상승한다면 부동산PF 정상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옥석가리기' 한다던 금융당국의 고민

애초 금융당국은 총선 이후 본격적인 부동산PF 옥석가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대략적인 청사진도 이미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좀더 세분화 해 이달 중 발표한 이후 본격적인 사업장 재분류에 나선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만 자금을 공급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계획 아래 중동 사태로 인해 부동산PF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된다면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철저한 옥석가리기'를 강조하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긴 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한 상황이어서 '냉정한 구조조정'을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업이) 진행이 된 본PF 혹은 조금 더 노력을 하면 사업성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사업장의 경우 부동산 공급의 원활한 촉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는 금융사에 한시적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 것 역시 구조조정과 공급이라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중동 사태가 아직까지 국내 부동산 PF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만큼 현재 추진하는 방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사들의 입장은 평행선을 타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건전성 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PF 살리기를 위해 추가 자금 공급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떻게 확대되고 어떻게 영향이 나타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을 대야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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