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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우리금융F&I의 몸집 불리기가 '서늘한' 이유

  • 2024.05.28(화) 09:05

NPL투자전문회사 우리금융F&I 1200억 증자
부동산PF 구조조정 염두?…NPL 전반적 증가 겨냥

NPL(부실채권) 투자회사인 우리금융F&I가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시기에 맞춰 이뤄진 '몸집 불리기'라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금융F&I가 증자를 단행한 것이 꼭 부동산 PF 구조조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부동산PF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투자할만한 NPL(부실채권)이 많다는 결론아래 내린 '몸집 불리기'라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제주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1분기 깜짝 놀랄만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우리나라 경제이지만 그 단면에는 씁쓸함이 남아 있습니다.

설립부터 '씁쓸'했던 우리금융F&I

지난 2022년 1월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 '우리금융F&I'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싼 값에 사들여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NPL'투자회사입니다. 

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채권이 모두 정상적으로 회수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건전성 관리에 열을 올린다 하더라도 일부 채권의 부실화는 불가피합니다. 그럼 부실화된 채권은 어떻게 될까요? 금융회사는 일단 연체가 진행되더라도 추후 상환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져보고 이를 계속 보유할지, 싼 가격에 다른 회사로 넘길지 결정합니다.

NPL투자회사는 금융회사가 포기한 연체채권을 아주 싼 가격에 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채권의 상환을 유도해 수익을 내는겁니다. 기업의 채권이라면 기업 구조조정 등에 개입하거나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 시키고요. 일반 채권이라면 금리를 약간 삭감해 줘 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제주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돈을 벌 기회를 잡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금융F&I를 설립할 당시 설립의 변을 들어보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코로나 이후 NPL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전략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료되더라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경제주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우리금융F&I의 몸집 불리기, 서늘한 이유

우리금융F&I는 설립이후 줄곧 '순항'했습니다. 설립 당시 2000억원이던 총자산이 올해 1분기 말에는 1조원으로 5배나 뛴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만큼 시장에 부실채권이 많이 나왔고 우리금융F&I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배경을 한 번 살펴볼까요? 코로나19 종료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닥친 고물가의 영향으로 금리도 동시에 상승했죠. 그렇다고 경제사정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돈은 잘 안벌리는' 상황이 이어졌단 얘깁니다.

자연스럽게 대출을 받은 경제주체들도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금융권의 연체율은 업권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올해 초 까지만하더라도 전세계적인 고금리가 올해 상반기 중에는 본격적으로 막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으로 인해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터질 게 터진 게' 바로 부동산 PF의 부실화 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했고 이르면 7월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F&I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1200억원의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습니다. 몸집을 불려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마침 부동산PF 구조조정이 시작되니 이를 염두한 증자가 아닐까라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부동산PF 시장만을 노리고 증자를 한 것이 아니다"라는게 우리금융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부동산PF뿐 아니라 부실화 될 채권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얘기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한 금융회사도, 이러한 금융회사의 돈을 끌어다 쓴 가계도, 기업도 이제는 모두 지쳐갑니다. 빚의 무게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아서 빚의 피로감이 '역대급'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우리금융F&I와 같은 NPL투자회사의 호황(?)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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