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부동산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당국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추가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저축은행 M&A 논의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금을 투입해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리는데 '임계치'에 이른 저축은행들은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물론이고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는 금융지주들도 미온적인 분위기다. 금융지주들은 이미 부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을 인수했던 데다가, BIS비율 악화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 추가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대주주들, 자금력 따라 매각 여부 갈릴 듯
향후 PF 사업장 정리가 이뤄지면서 손실이 반영되면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 지원 기로에 설 전망이다. 자금력이 있는 대주주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BIS비율을 끌어올리면서 '심폐소생'을 할 수 있다.
실제 우리금융저축은행, IBK저축은행은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각각 1200억원, 1000억원의 유상증자 및 예수금 지원을 단행해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반대로 자금 지원이 어렵거나 적자 규모가 유증으로 해소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경우 임계치에 다다르면서 M&A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저축은행 중 페퍼저축은행은 이와 같은 이유로 꾸준히 피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페퍼저축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페퍼유럽은 올해 3월까지 연이은 증자를 통해 페퍼저축은행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 수혈에도 페퍼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적자 규모가 379억원에 달하자 매각과 증자 사이에서 고민이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의 최상위지배기업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이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저축은행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는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저축은행의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을 경우 대주주들도 (매각 여부를)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BIS비율이 11% 아래로 떨어지고 부실 여신 비율이 20%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대주주 입장에서도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증자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증자를 해줄 수 있는 곳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만 바라보는데…지주는 '손사래'
금융당국이 최근 수도권 저축은행의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이유는 비교적 규모가 큰 수도권 저축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지주들은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저축은행은 비수도권 저축은행 대비 자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융지주 외에는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도 모두 제 코가 석자인 만큼 다른 곳을 인수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지주들은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 여력이 있기 때문에 잠재 인수자로 지속적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지주 차원의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업성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워 매물 자체만 보고 인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민생금융 지원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할 수는 있겠지만, 지주회사가 수익성과 성장성 등을 고려해 저축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앞서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DGB금융이 유력한 저축은행 인수 주체로 거론된다. 그러나 DGB금융 측은 최근 시중은행 전환 등에 따르는 자금 소요 등이 크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는 시중은행 전환 이후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며 "저축은행 인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