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금융상품이 뭘까요? 소중한 내 아이를 향한 위험을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든든히 보장해 줄 보험에 가입하는 걸 겁니다. 최근엔 자녀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관심도 더 커져 자녀보험(어린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죠.
보통 자녀보험은 태아부터 청년기까지 필요한 담보를 모두 담고 있는 '종합보험'을 얘기합니다. 종합보험은 사망, 상해, 질병뿐 아니라 생활손실 등 각종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담보(특약)가 묶인 상품이죠.
'가성비' 최우선으로 따져야
문제는 담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어떤 보장이 좋은지, 어떤 보장이 필요 없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 뭐든 다 좋아 보이고, 미래에 필요할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보험을 들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그래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비싼 보험료만 내고 정작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떨어지는 담보들은 잘라내는 게 이득이죠. 보험사 배만 불리는 거니까요.
보험업계는 자녀보험은 나중에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커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고 조언해요. 그래서 대표적인 '비추(비추천)' 담보로 '질병입원일당'을 꼽습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입원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가령 질병입원일당 하루치 보험금 5만원을 받기 위해 월 보험료로 얼마를 내야할 것 같으세요? 보통 1일치 보험금의 10~50%정도라고 해요. 많게는 2만5000원까지 매달 내야 하는 담보가 슬쩍 끼어 있는 겁니다.(물론 보험나이, 성별, 보험 가입 기간, 갱신·비갱신, 가입 보험사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보험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암 진단비 1000만원을 받기 위해 내는 보험료가 월 1만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보험료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겠죠?
'최대 180일까지 질병입원 보험금이 나오니 버티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요. '본전' 찾을 목적으로 입원 기간을 환자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22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입원 일수는 65세 이상 노인이 3.75일, 전체 평균 1.31일이에요.
보험금 받기 힘들면 고민을
다음으론 '가족일상생활중배상책임'도 불필요한 담보라는 말이 나와요. 부부가 이미 가입했을 확률이 높고요. 한 명이 들면 보통 가족 전체가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해요. 보험료도 비교적 비싸졌고요. 예전엔 월 보험료가 200~300원 정도였는데, 요샌 1000~2000원 수준이죠.
또 갱신형으로밖에 가입이 안 돼 향후 얼마로 뛸지 모른답니다. 더불어 여러 개 보험에 들어도 보험금이 각각 나오는 중복보장이 아니라 딱 손해액만 나오는 비례보상 구조라 굳이 자녀보험에까지 넣을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각종 암 치료', '1~5종 수술비(체증형)' 등 담보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특히나 어릴 때 드는 자녀보험이라 보험료를 애먼 데 분산시키지 말라는 거죠. 암 진단을 받으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금이 나오는 단순 보장 구조인 암 진단비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겁니다.
각종 암 치료, 1~5종 수술비 등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러가지 허들(조건)이 있을 수 있고요. 보험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체증형' 보험은 보험료도 같이 비싸지기 때문에 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암 진단비조차 향후 화폐 가치 하락을 따져 체증형으로 가입하지 않잖아요.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는 의견이 엇갈려요. 80~90대를 책임질 간병인 사용일당을 어린이에게 준비하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하다는 거죠. 보험료가 싸다, 비싸다를 떠나 암 진단비 등 현재 우선순위 핵심 담보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담보가 나올 수도 있고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가 아프면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은 직장에 급한 연차를 내고 간병해야 하는데, 이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담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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