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살짝 시들해졌다지만 생명·손해보험을 막론하고 보험사들 사이에서 배타적사용권은 화제의 중심입니다. 천편일률적인 붕어빵 상품들이 판치는 보험업계에 진짜 신상품이라고 할 수 있어서죠.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위험담보나 새로운 제도 및 서비스를 개발한 보험사에 최대 12개월까지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걸 말하는데요. 업계에서 통용되는 한시적 특허권이라고 하면 좀 쉬울까요.▷관련기사 : 보험 '독점 판매 3개월' 후 우후죽순 모방…배타적 사용권 "굳이 왜"(8월7일)
그래서 오늘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이색' 보험상품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찾아보니 의외로 과거에 나온 상품들이 더 독창성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더군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향하면 보험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지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싱글라이프(SINGLE LIFE) 보험
연애-결혼-출산을 기피하는 현세대 모습을 내다봤던 걸까요.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이 2005년 배타적사용권 3개월을 획득한 '(무)싱글라이프(SINGLE LIFE) 보험'을 두고 하는 얘긴데요. 이 상품은 한화생명의 첫 배타적사용권 상품입니다. 업계 첫 싱글전용 보험으로 당시 신규 수요층으로 떠오른 25~34세 미혼 가입자를 겨냥해 결혼과 자녀출산, 노후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설계됐죠.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상품이 제공하는 '해피 라이프 서비스'인데요. 싱글라이프 보험에 가입하면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제공하는 결혼서비스 가입비 15%, 웨딩패키지 5%를 각각 깎아주는 겁니다. 또 아이사랑 서비스를 탑재해 보험가입 후 자녀출산 시 최대 2명까지 1명당 보험료 1%를 할인해주죠. 한화생명 측은 싱글들의 만남→결혼→출산을 돕는 사회적 공익도 챙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적 자립이 최우선 목표인 싱글족을 위해 재테크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연 4회(해약환급금의 50%)까지 중도인출할 수 있고요. 10년 이 상 유지시에는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도 줬고요. 다양한 질병과 사고를 보장하기 위해 10가지 특약 서비스도 제공하는 한편, '부분전환제도'를 도입해 적립액을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랑의 커플보험
이혼 소식이 점점 더 자주 들리는 요즘인데요. 결혼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생명은 2003년 '사랑의 커플보험'을 출시한 건 아시나요? 이 상품은 업계 처음으로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면 특별보너스가 지급되는 반면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혼하면 환급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됐죠.
예컨대 일시납 1000만원짜리 보험 1구좌에 가입하면 △결혼기념 축하금을 매년 20만원씩 20년간 받고 △가입 10년째에는 100만원, 20년째에는 200만원의 축하금을 받으며 △30년 만기가 되면 공시 이율을 적용한 만기 적립금을 돌려 받는 구조죠. 문제(?)는 가입 20년 이전에 이혼하거나 해약하면 환급금의 최대 20%를 갹출당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의 70%는 결혼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가입자에게 보너스로 주어지며 나머지 30%는 사회복지기금으로 기부된다는 설명입니다.
헌혈보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창립 9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헌혈보험을 내놨습니다. 2012년 배타적사용권 3개월을 부여 받은 '헌혈 장려를 위한 나눔보험'인데요. 이 보험은 헌혈 후 후유증이 발생하면 치료비를 지급하는 게 특징이죠.
개인, 단체 등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고요. 주 헌혈자인 학생과 직장인, 군인 등 헌혈자의 특색을 반영한 보장으로 구성됐습니다. 가령 학생이라면 폭력 치료비와 깁스 치료비, 정신피해 치료비 등을 보장해주고요. 직장인이면 암진단과 암사망, 군인은 상해 및 질병으로 인한 사고를 각각 추가로 보장합니다.
공익 목적인 만큼 보험료는 1년 기준 9000~1만2000원 수준으로 매우 쌉니다. 메리츠화재는 이 헌혈보험으로 거둬드린 총보험료 1%를 공익기금으로 출연하는 제도도 도입해 시선을 끌었죠.
사상의학건강보험
신한라이프(옛 신한생명)가 2008년 선보인 '(무)사상의학건강보험'도 요즘엔 찾아볼 수 없는 특색을 지녔습니다. 언뜻봐선 '원조 한방보험'처럼 보이는 이 상품은 사상의학 개념을 건강보험에 접목시킨 상품이죠. 4대 체질(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체질적 특성을 고려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선정해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 등을 보장하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인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태음인의 경우 고혈압과 천식, 위염 등으로 인한 수술이나 입원시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무자 7명이 1년 동안 6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사상의학 관련 학술자료 및 통계치를 수집해 개발했다고 하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