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실적이 더 악화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대손비용이 큰폭으로 늘어났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축소한 결과 수익은 줄고, 팍팍한 경기에 연체율마저 올랐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 동기(-965억원)보다 적자폭을 키웠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4792억원)보단 다소 줄어들었다.
PF 부실 우려에 대손비용 급증
실적 악화에는 대손비용의 영향이 컸다. 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부실이 우려되는 사업장이 증가했고, 연체율도 악화하면서 저축은행들은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했다.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조9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2조3285억원의 충당금을 적립, 대손비용이 큰폭으로 늘어났다.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20.5%(3962억원)나 불어났다.
대출을 줄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연체율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작년 하반기보다 1.81%포인트 상승한 8.36%를 기록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이 3.9%포인트 상승하며 11.92%에 달했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21%포인트 하락한 4.8%에 머물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대출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2%로 전년 말 7.75%에서 3.77%포인트나 치솟았다.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113.8%로 규제비율(100%)을 상회했다.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 규모를 축소한 점은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126조6000억원) 대비 5.1%(6조500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기업 대출은 58조9000억원에서 51조8000억원으로 12.1%(7조1000억원) 감소했고, 가계대출 역시 소폭(0.02%) 감소한 3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이 감소하면서 이자수익도 10%(5461억원) 줄었다. 수신은 100조9000억원으로 5.9%(6조3000억원) 감소했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04%로 소폭 개선됐다. 작년 말 대비 0.6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규제비율(7~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를 준수하는 만큼 안정적 수준으로 인위적인 인수합병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발적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인센티브) 강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도 순익 급감…역시 대손비용
상호금융조합의 순익도 1조639억원으로 47.3%(9546억원) 급감했다. 역시 대손비용이 증가하며 신용사업부문(금융) 순익이 1조126억원(26.9%) 감소했다. 다만 복지사업, 농식품·수산물 판매, 임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 부문에선 적자 폭(-1조7472억원→-1조6892억원)이 소폭 줄었다.
건전성 측면에선 작년 말 대비 악화했다. 연체율은 4.38%로 1.41%포인트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81%로 1.4%포인트 올랐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5.9%로 12.8% 하락했지만 요적립률(100%)은 상회했다. 순자본비율은 8.01%로 최소규제비율(2~5%) 이상을 유지했다.
총자산은 744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2.4%(17조5000억원) 증가했다. 여·수신이 고루 증가한 결과다. 총여신은 513조7000억원으로 0.7%, 총수신은 637조2000억원으로 2.9% 늘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대해 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지속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PF 부실사업장 경·공매 등 실질적인 연체채권 정리를 유도하고, 연체 정리가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해선 '경영실태평가'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상원 부원장보는 "경영실태평가는 5월에 한 차례 실시했고, 6월 말 기준으로 현장점검 중"이라며 "정확히 몇 곳인지는 밝히기 어렵지만 자본건전성이 미흡하다면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