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업무를 하다가 미공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챙긴 증권사 임직원 징계 수위를 빠르면 연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안을 마무리 짓고 제재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PF 사업 규모가 큰 증권사 5곳을 대상으로 기획검사를 실시한지 1년 만이다.
검찰 압수수색 받은 LS증권, 당국 제재 임박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LS증권의 PF 임원에 관한 제재조치안 작성을 완료했다. 금융회사나 혐의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하기 위해선 '금융회사 검사→내부심사→제재 조치안 작성→제재심의국 검토→제재심의위원회 상정' 순의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중 형사조치와 관련된 건은 검찰에 참고사항으로 통보했고, 행정조치는 제재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대전 탄방동 홈플러스 부지 매입 등과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LS증권 본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LS증권 소속 부동산금융 임원이 토지계약금대출 취급과 브릿지론‧본PF 주선 업무를 하던 중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을 취한 것이 발각되면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12월 LS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아이엠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5곳을 대상으로 PF 기획검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혐의를 적발했다. ▷관련기사: PF사업장 비공개 정보로 500억 챙긴 증권사 임원, 검찰 통보
올 1월 금감원이 발표한 PF 기획검사 결과에 따르면 LS증권 임원은 사업장 개발정보를 알게되자 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 해당 임원은 이를 통해 5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행사들에 700억원을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명목으로 4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고, 일부 대여금은 법정최고금리 한도를 넘어서는 고리의 이자를 편취한 혐의도 적발됐다. 이에 금감원은 올 1월 해당 임원을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당시 검사에서 마찬가지로 중대 위법 혐의가 적발된 아이엠증권과 메리츠증권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엠증권 직원은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 사실을 이용해 신규사업 시행사에 지분 투자를 했고, 그 결과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메리츠증권 임원 역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 가족 명의 법인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뒤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챙긴 사실이 발각됐다. 추가 검사 진행…제재받는 증권사 늘어날 듯
당시 기획검사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후 금감원은 정기, 수시검사를 통해 비슷한 사례를 다수 추가 적발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수는 당초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PF 임직원의 사익추구 혐의에 관해 연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상정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제재심의국과 일정을 조율하는대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일부 증권사는 내부통제 부실도 지적받은 만큼 기관 조치와 최고경영자(CEO) 징계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엠증권은 원래 대출 승인을 받은 차주가 아닌 다른 회사와 대출계약을 체결을 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 간 자금이 임의로 오고가는 상황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행사가 용역비를 최초 승인받은 계획보다 더 많이 지출했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메리츠증권은 PF 주선을 하지도 않은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는 점 역시 경영진의 책임 회피를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금감원이 지난 6월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이하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제재심에서 당시 WM총괄을 맡았던 이홍구 현 KB증권 대표이사에게 감독소홀의 책임을 물어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린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