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가장 문제로 꼽혔던 사실상 '무자본' 으로 가능했던 부분을 개선해 부동산 PF 사업장의 안전판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남의 돈'으로 연명하고 있던 부동산 PF 시장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300억짜리 현장, 9억이면 가능하던 부동산 PF
부동산 PF란 미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동산 사업장에서 쓰이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23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약 70%가 주거시설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 주택공급과 관계가 깊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부동산PF 사업장들이 위기에 직면했고, 올해 들어 사업장들이 연쇄 부도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해당 사업장에 돈을 댄 금융회사와 함께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가 위기에 직면한 핵심 원인으로는 사실상 '내 돈' 없이도 무분별하게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부동산 PF사업을 계획하던 시행사들은 자기자본의 3%만 가지고 있어도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총 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사업장을 주도하는 사업자는 단 9억원만 있어도 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머지 219억원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려서 사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후 사업장에 들어가는 총 자금, 즉 사업비가 애초 계획보다 늘어나거나 사업(분양수익 급감)성이 떨어졌을때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컨데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금융비용은 계속해서 쌓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필요한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문제가 된 부동산 PF 사업장들도 이러한 구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벌린 사업자는 애초에 투입한 자본금액 비중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손실이 크지 않는 기이한 구조가 연출됐다.
부동산 PF, 확실한 '자기자본' 확보 유도
정부는 부동산 PF 사업을 개시하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시행사가 부동산 PF 개발을 위한 토지나 건물을 물색할 때 이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나 건물의 주인이 '현물출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예컨데 땅주인이 시행사에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땅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땅이나 건물주가 PF사업에 현물출자를 할 경우 출자자의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의 과세와 납부이연이 적용하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총사업비 중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했는데 토지를 매입하게 될 경우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라며 "현물출자에 나선다면 자기자본을 20~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브릿지론을 받지 않아도 되고 사업 안정성이 제고되며 사업비 절감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린 사업장에는 PF보증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끌어올린 사업장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더욱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장에 대출을 내어주는 은행에게는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 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이는 은행이 대출을 내어주고 리스크를 과도하게 계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유인수단으로 작용한다.
은행과 보험사가 부동산 PF 사업장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이들 금융회사가 직접 '장기임대주택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대주가 '은행'인 임대주택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회사는 사무소, 연수시설 등의 목적 외에는 부동산 소유가 제한된다. 이에 정부는 금융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등을 통해 은행이나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PF 사업에 현물출자 방식이 안착되고 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이 활성화하고 금융사의 자본투자가 확대되면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제도 개선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