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진옥동 2기 체제 출범에 맞춰 '밸류업 2.0'을 내놓으며 성장과 환원을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자본정책을 꺼내 들었다.
핵심은 주주환원율을 고정된 목표치로 두는 대신 성장률과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 산정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단순한 환원 확대가 아니라 이익 창출력과 성장 속도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을 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라이벌인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소각은 이미 반영된 물량을 정리하는 성격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신한금융 새 정책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KB금융도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과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관리를 통해 성장과 환원 사이의 균형을 제시해온 상황이라 신한금융 전략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관리하고 ROE는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되, 주주환원율은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주주환원율은 '1-(성장률/목표 ROE)' 산식으로 계산해, 성장에 필요한 몫을 뺀 나머지를 주주에게 돌리겠다는 계획이다.▷관련기사 : 신한지주 "ROE·성장률 연동…주주환원율 상한 없앤다"(2026.04.23)
신한금융은 목표 ROE를 10% 이상으로 설정하고, 성장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5%)에 맞춰 환원율을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이 제시한 계산 예시에 따르면 주주환원율은 2026년 53%, 2027년 52%, 2028년 57%로 산출된다.
실행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결산배당부터 3년간 비과세 배당을 추진하고, 주당배당금(DPS)은 매년 10% 이상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ROE가 투자자 요구수익률로 보는 10%를 밑도는 동안에는 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높이고 CET1 비율은 13.0~13.4% 구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관건은 ROE 10%…'돈 안 되는 사업' 손본다
산식이 실제 환원 확대로 이어지려면 ROE(작년말 기준 9.1%)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출을 많이 늘려 이익을 키우더라도 RWA 함께 늘면 자본 부담이 커지고 환원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관건은 RWA 증가 속도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내부 관리지표로 ROC(Return on Group Capital)를 도입했다. ROC는 자회사별 배분 자본 대비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그룹사와 사업그룹별 평가·보상에 반영하기로 했다. 저수익 자산 축소와 고수익 자산 확대, 비은행·비이자 수익 확대, 한계사업 통폐합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돈 안 되는 사업'을 더는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이 제시한 지난해 ROC는 은행업 12.5%, 보험업 11.4%였지만 자본시장 9.9%, 여전업 6.6%에 그쳤다. 은행·보험에 비해 자본시장·여전 부문의 자본 수익성이 낮은 만큼, 이들 부문의 효율 개선이 그룹 ROE 10% 달성의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현재 전체 자본의 77%를 차지하는 은행 비중을 2028년 60~65%로 낮추고, 비은행 비중은 35~40%로 높여 그룹 ROE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KB 2.3조 소각 vs. 신한 환원 공식화
경쟁사인 KB금융도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상법 개정에 맞춰 기보유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KB금융이 보유한 자기주식은 총 1426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3.8%, 금액으로는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이는 단일 소각 기준 업계 최대 규모로, 이번 소각까지 포함하면 KB금융이 소각한 자기주식은 총 6300만주에 달한다. 자기주식 의무소각에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됐음에도 법 개정 직후 이를 일괄 실행하기로 한 것은 주주환원 확대 의지와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두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은 성격이 다르다. KB금융이 기보유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통해 당장의 실행력을 보여줬다면, 신한금융은 환원 기준을 공식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주주환원율을 경영진 판단이 아닌 산식에 따라 산출하도록 해 환원 축소가 쉽지 않은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당장 눈에 띄는 조치는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이지만 중장기 환원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신한금융을 더 의미있게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가에서도 신한금융의 새 밸류업 정책 의미를 '환원 공식화'에서 찾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원율을 상수로 지정하는 것보다 산출 논리를 제시한 것이 보다 선진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환원 공식은 새로운데…차별화엔 물음표
하지만 신한금융의 전략을 기존과 완전히 다른 독자 노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이 ROE와 성장률을 연동한 주주환원 산식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성장률과 주주환원 여력을 함께 보겠다는 방향 자체는 은행업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KB금융도 자본 효율을 높이는 방향의 밸류업 전략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2024년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서 'RoRWA 중심의 경영관리체계 정비'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CET1 비율 13% 초과분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명목 GDP 성장률 수준의 자산 성장과 RWA 증가율 관리로 성장과 환원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처럼 환원율 산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ROE·RoRWA·자본비율·성장률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방향은 이미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건 KB금융보다 낮게 형성된 주가 수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28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15만8800원, 신한금융은 9만9900원이다. 시가총액은 KB금융 59조5000억원, 신한금융 46조9900억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은 KB금융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주가 재평가 기대가 더 크게 붙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