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들이 업무상 알게된 비공개 개발진행 정보 등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시행사 전환사채(CB)에 투자해 수백억원 차익을 챙기고 이자놀이까지 한 증권사 임원을 검찰에 넘겼다.
10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 하이투자, 다올투자, 이베스트투자, 현대차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PF 기획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임직원의 사익추구행위와 내부통제 취약점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 PF 대출과 채무보증 익스포저를 대폭 늘려왔다.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1년말 4조6000억원이었으나 작년 9월말 기준 6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부동산 PF는 개발사업 초기 토지매입과 인허가 단계에서 실행하는 브릿지론과 착공 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로 나뉜다. 시행사는 본PF로 초기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착공 이후에는 분양수입금 또는 자산매각대금 등으로 본PF를 갚는 구조다. 이때 증권사는 브릿지론과 본PF를 주선하며 직접 대출이나 채무보증을 서기도 한다.
개인회사로 시행사 CB투자에 이자놀이까지... 검찰 통보
금감원이 공개한 검사결과(잠정) 사례에 따르면, 검사 대상회사 중 A증권사의 한 임원은 토지계약금대출 취급과 브릿지론‧본PF 주선 등을 담당하면서 사업장 개발 진행정보를 알게됐다. 해당 임원은 자신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CB를 취득후 매각하는 방법으로 5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또한 A증권사의 동일 임원은 시행사에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수법도 사용했다. 해당 임원은 본인이 관리하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들에 700억원 상당의 돈을 사적으로 빌려주고, 수수료나 이자 명목으로 4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 심지어 일부 대여금은 법정최고금리 한도(당시 20%)를 넘어서는 고리의 이자를 편취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여러 불법행위를 저지른 해당 증권사 임원의 혐의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밖에 직무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매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매수자의 자금조달 업무까지 담당한 사실도 적발됐다.
B증권사 한 임원은 직무상 알게된 부동산임대 PF 정보를 이용해 가족법인 명의로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매입후 임대했다. 이후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처분한 3건 중 1건은 매수인이 CB발행을 통해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임원의 부하직원들이 해당 CB 인수·주선 업무를 담당했다. 증권사 고유자금으로 CB 일부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내부통제도 곳곳에서 구멍… 차주 바꿨는데도 그냥 넘긴 심사부
증권사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C증권사 영업부는 PF 대출 취급시 차주를 D사로 심사·승인받았으나, 실제로는 D사의 관계회사인 E사와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영업부에서 차주를 임의로 변경했음에도 해당 증권사 심사부서에서는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한 C증권사는 유동화 특수목적법인(SPC)의 자금이 부족해 채무보증을 이행해야할 상황에 놓이자, 다른 사업장의 유동화 SPC에서 자금을 임의로 빌려와 해결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SPC간 위험과 손실이 절연되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시행사가 기존 자금사용계획과 달리 용역비를 과도하게 제출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거나, 브릿지론 대주에게 부당한 본FP 주선수수료를 제공한 사례도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직원의 사익추구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조치와 함께 수시기관 통보 등 형사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며 "일부는 검찰 통보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치안을 준비해 일정에 따라 차례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중대 위규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조치를 추진하고 수사기관에 신속히 통보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임직원 사익추구 재발 방지 및 증권사 부동산 PF 내부통제 개선방안 등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