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소각하느니 턴다'…자사주 활용 EB 1조 넘겼다

  • 2025.06.12(목) 15:19

LS·SKC·SNT홀딩스 등 잇달아 EB 발행
'자사주 의무 소각' 시행 전 선제 대응
경기둔화·차입 만기도래에 자금수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부랴부랴 교환사채(EB)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규모는 올해 들어 1조원을 넘어섰으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EB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EB를 사가는 채권자는 향후 원리금을 상환받거나 혹은 발행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해서 교환사채라 부른다. 교환 대상 주식은 발행회사가 보유한 타법인 주식도 간혹 있지만 자사주가 대부분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도입될 경우 EB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실탄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상반기 자사주 활용 EB 1조 돌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 공시된 EB 발행 계획은 총 22건이다. 이중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삼아 사채를 발행한 곳은 14건이다. 

이번 달에만 코스피 상장사 SKC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6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코스닥상장사인 KG에코솔루션과 바른손이 각각 410억, 6억원의 EB를 발행키로 했다. 지난달에는 SNT홀딩스(200억원), SNT다이내믹스(1100억원), LS(650억원), 아이마켓코리아(189억원)등이 EB 발행을 결정했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발행하거나 발행 예정인 EB 규모는 1조2133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작년 상반기 발행규모인 5255억원과 비교해 2.3배 더 많다.

소각 의무화 전 '막차 타자'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급증한 배경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상장사의 원칙적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되, 독일처럼 자사주 보유한도를 설정하고 소각 시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주식 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EPS)를 높이기 보다는 임직원 성과급 재원이나 자금조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EB는 자사주를 활용한 대표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여겨졌다. 전환사채(CB)처럼 신주를 발행해야 할 필요도 없어 대주주를 비롯한 기존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우려도 없다는 점도 있지만, 의결권을 되살려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입장에선 선호도가 높다.

한화투자증권이 올해 초부터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사례를 분석한 결과, 16.5%는 자사주를 시장에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EB를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면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하는 즉시 소각해야 하므로 이를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정책이 시행되기 전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 만기 다가오자 급전 수요↑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아진 것 또한 EB 발행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당장 차입상환 자금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장사들의 입장에선 장내 처분보다는 EB 발행을 택하는 것이 리스크가 덜하다. 시장에서 자사주를 팔아치울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탓이다. 

한동안 기업들의 EB 발행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메자닌채권 발행 시장을 활개를 쳤는데, 이때 발행된 채권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까지 5조원 안팎이었던 메자닌채권 발행액은 2020년 8조원, 2021년 11조원대로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자닌채권의 만기가 도래할 뿐 아니라 수년간 차입 등으로 금융비용이 높아진 상태"라며 "경영환경이 녹록지않은 회사는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는 줄었는데 갚아야 할 돈은 많으니 EB를 자구책으로 찾아낸 셈"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