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익을 내기보다 방어에 중점을 두고, 부실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자산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저축은행업계가 건전성 악화로 부실자산 매각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30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을 발표했다. 중앙회는 오는 3분기엔 1순위 과제로 '부실자산 정리'를 꼽았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화경 중앙회장은 "부동산 PF, 토지담보대출 등을 정리하는 게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미 보유한 부동산 자산 때문에 신규 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체율을 낮추려면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 결과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규모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부실우려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기사: 경·공매 대상 PF 부실사업장 13.5조…상호금융에 몰렸다(8월29일)
이에 다음 달부터 이들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인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 차원의 공동 매각도 예정됐다. 중앙회는 작년 12월, 올해 6월 등 반기별로 공동 매각을 추진했지만, 현재 3개월 만에 또다른 공동 매각을 준비 중이다.
이경연 중앙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현재 공동매각 추진 중인 채권은 1020억원 수준으로 평가 중이며 나중에 가격이 제시되면 최종 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9월에 성과를 내면 12월에도 추가 공동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까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어렵다고 토로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3개월 전만 해도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떨어져 매각 시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관련 기사: 저축은행중앙회장 "연채채권 매각 하고 싶어도 어렵다"(3월22일)
업계가 부랴부랴 부실자산 매각을 강조하는 건 연체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8.36%다. 직전 분기(8.8%)대비 0.44%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7~8월 연체율이 다시 올라 3분기에는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화경 회장은 "7~8월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고, 이를 낮추려면 9월에 매각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본구조로 봐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실자산 처분 및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으로 당분간 적자 탈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3285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실자산 매각 상황에 따라선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화경 회장은 "현재 3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에 대해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30%까지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충당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내년 상반기까지 점차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하반기께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는 부동산, 개인사업자 대출 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화경 회장은 "작년까지 이자비용이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지금은 예전 수준으로 거의 내려와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부실자산 매각이 빠르게 진행되면 손실이 깊어질 수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병주 중앙회 수석상무는 "저축은행만의 고유영역이 없어 포트폴리오 쏠림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당국, 업계와 상의해 다각화된 여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