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실행 절차 개선에 나선다. 올 들어서만 1000억원 가까이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까닭이다. 주요서류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담보가치 산정 검증, 임대차계약 실재성 확인 등 절차를 개선해 모범규준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11개 은행, 은행연합회와 함께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은행권 공통의 여신 프로세스 보완 필요성과 개선 추진과제 등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부당대출과 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여신 프로세스 개선 TF를 추진하는 것은 은행권 공동의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은행권과 함께 여신 프로세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영업점 여신업무에 구멍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 들어서만 100억원 초과 영업점 여신 사고는 7건, 987억원 규모에 달한다. 여신 프로세스 허점을 아는 내부 직원이 승진이나 투자 등 개인적 동기로 부당대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규모도 커졌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이 제출한 개선계획과 검사 과정에서 식별된 여신 프로세스 상 취약점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주요 개선과제로는 우선 여신 중요서류에 대한 진위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디지털금융 전환 과정에서 고객제출 증빙서류가 스캔보관(원본폐기)되는 점을 악용해 서류를 위변조한 사례가 있어 앞으로는 소득·재직서류 징구시 공공마이데이터 징구원칙을 규정화하고 중요서류 진위 확인도 강화한다.
담보가치를 부풀린 사례도 막는다. 장기 미분양 등 취약 물건 담보평가에 대한 자체 검증절차를 강화하고 본점 심사 확대, 영업점 자체평가에 대한 본점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임대차계약 실재성 확인과 용도외 유용 사후점검 기준을 보완한다. 임차인 등록이 확인되지 않으면 제3자 현장조사 실시 의무화 등 임대차계약 이행 확인 절차를 수립한다. 임대차계약 내용과 다른 사실을 발견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자금 용도외 유용 점검 기준도 보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과 함께 정기검사 시 여신 프로세스 점검도 강화한다. 금융사고에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는 방침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제도 보완이나 사후 제재만으로는 위법·부당행위를 막는데 한계가 있어 일선 직원들이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여신업무를 할 수 있도록 준법교육에도 신경쓸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