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물가상승률은 3년 반만에 1%대로 내려왔고, 경기 침체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인하를 통한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걸림돌이다. 은행들이 자체 방안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하며 대출문턱을 높였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로 한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후 약 1년9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긴축 정책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은 전년보다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물가상승률도 안정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대의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것을 통화정책 목표로 삼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전년 동기대비 물가상승률은 1.6%를 기록,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대로 하락했다. 석유류 물가가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다만 농산물 물가가 3.3% 상승하는 등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는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물가 안정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럼에도 숫자로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세 둔화와 내수부진 우려를 감안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가계부채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금통위에서도 대다수 금통위원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이 같은 기대심리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도입하고 주요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불안 요인으로 인해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는 11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한 차례 더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편 한국은행은 금통위에 앞서 7일에는 2분기 자금순환, 8일에는 8월 국제수지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