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한풀 꺾였다.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폭은 절반 가량 줄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영향이다.
관건은 은행 창구를 찾는 실수요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지 여부다. 특히 대출시장에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올 연말 입주를 앞둔 1만2000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가계대출에 변수로 꼽힌다.
대출시장 한풀 꺾였지만…주담대는 여전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폭을 기록했던 전달(9조6259억원)에 비해 증가폭은 41.7% 줄었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역시 증가폭은 크게 둔화됐다. 9월 주담대 잔액은 574조5764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9148억원 늘면서 직전월 증가폭(8조9115억원)대비 33.6% 감소했다.
다만 가계대출보다 주담대 증가액이 더 큰 점을 감안하면 차주들이 신용대출은 갚았지만 주담대를 받으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9월 대출시장은 변곡점을 경험했다.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도입했고,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출 만기를 최대 30년으로 축소하고,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 등으로 대출한도 자체를 줄이고, 실수요자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명절 연휴로 인해 전달보다 영업일 수가 적었다는 점도 대출 증가폭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집계하는 전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 역시 전달보다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에도 가계대출 상환보다 신규 취급 대출이 더 많았다"라며 "6월부터 급증한 주택 매입 수요로 인해 잔금대출 실행 등이 9월까지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 대출시장 긴장감 지속
은행권에선 대출 규제를 통해 과열된 시장을 일단은 잠재웠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시장도 점차 안정화되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대출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물가 안정, 침체된 내수경제 회복을 위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목할 부분은 기준금리 인하 자체보다 향후 통화정책방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시장에선 이미 금리인하가 선반영된 만큼 이후 통화정책에 시장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통화정책방향을 암시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인하에 방점을 찍는다면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지만 그 동안 발언을 보면 가계부채 등을 고려한 추가 인하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 자체가 이슈라기보다 통화정책이 주택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관건"이라며 "현 상황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입주 과정에서 대규모 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도 가계부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둔촌주공 집들이 '입주장' 여파 없다는데…내년은?(10월7일), 올 연말 1만2천가구 입주 둔촌주공…막힌 대출에 '발동동'(9월12일)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전세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는데 신규 입주단지에 대한 규제를 풀면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이 단지 시세가 어느정도로 형성되는지에 따라서도 대출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올 연말까지 수도권 주담대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