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전업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이 코스피 상장(IPO)에 재도전한다. 오는 2027년까지 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IPO가 꼭 필요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보증보험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환원정책 등 회사의 투자 하이라이트 및 향후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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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대표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56년간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신용거래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국내 유일의 종합보증보험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대표 배당주로서 시장투자자들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93.85%)인 민간 보험사로 1969년 대한보증보험으로 설립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1998년 한국보증보험을 흡수합병하며 서울보증보험으로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예보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보증에 10조2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중 5조6364억원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공적자금 관련 기금 청산 시점이 2027년인 만큼 예보는 이번 IPO를 통해 본격적으로 공적자금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독점적 시장 지위…"2030년 순익 6000억원 목표"
서울보증보험은 독점적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익률을 앞세우고 있다. 보증기금이나 은행, 공제회사 등에서도 보증 업무를 영위하고 있으나 보증보험 업무는 서울보증보험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각종 이행보증과 신원보증, 할부보증, 중금리 및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다양한 보증 상품을 제공 중이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시장 점유율은 24.1%로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보증시장 점유율은 56%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증 잔액은 469조원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일반 손보사 대비 압도적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을 시현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022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평균 4.2%로 타사 평균(1.3%)을 크게 웃돈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8%로 보험업법상 감독기준인 100%와 당국 권고치인 150%에 비해 크게 높다. 손해보험사 평균인 202.8%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러한 수익성 및 자본건전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로부터 각각 A+, AA- 신용등급을 획득하고 있다.
이명순 대표는 "효율적인 자본 운용을 위해 지급여력비율을 현재 300%대 초반 수준으로 낮춰 자산 효율화를 도모해 효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 손익 극대화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30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전략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보증보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79억원으로 전년(2623억원) 대비 51.2% 감소했다. 최근 3개년 순이익은 △2021년 4561억원 △2022년 5400억원 △2023년 4164억원이다.
이와 관련, 서울보증보험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손익 창출 역량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 대표는 "2030년 보험료 3조원 및 당기순이익 6000억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며 "지난해 보스톤컨설팅그룹의 컨설팅을 통해 손익 창출 역량 강화라는 최우선 목표를 설정하고 30개의 핵심 과제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손익 극대화, 투자 손익 극대화, 인에이블러(Enabler) 역량 확보라는 핵심 과제를 선정해 각 파트별 전 영역의 상품과 프로세스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손익 대비 연간 340억원에서 865억원 이상의 손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모가 30% 이상 낮추고 주주환원 '당근책'
서울보증보험은 이번 공모를 통해 대주주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인 698만2160주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2만6000~3만1800원이다. 지난 2023년 당시 공모가 밴드(3만9500~5만1800원) 대비 30% 이상 가격을 낮춘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은 2024년 연결산 배당금액을 2000억원으로 확정해 상장 이후 오는 4월 주주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배당기준일이 4월 초로 예정된 만큼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배당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할 경우 2024년 결산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희망공모가밴드 기준으로 9~11% 수준의 배당수익률이다. 또 향후 3년간 총 주주환원규모 연 2000억원 수준을 보장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향후 주주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최소배당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결산 시 밸류업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금액을 공표할 계획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월 정관개정을 통해 분기배당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상장 후 실적, 주가추이, 대외환경 등을 고려해 분기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상장 후 최대주주의 소수지분 매각에 따른 오버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도 병행해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지난 2023년도와 달리 가격 및 주주환원정책 등을 상당 부분 보완했고 대주주 예금보험공사 역시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잔여 지분에 대한 매각 물량 및 시점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보호예수기간을 1년으로 연장했다"며 "현재의 국내외 기업설명회 분위기가 상장 시점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5영업일간 진행되며 3월 5일과 6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예정일은 3월 1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