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구업체 퍼시스그룹의 창업주 맏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후계자인 남동생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장녀가 소속 공익재단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재단 통해 존재감 드러낸 맏딸 손희령
4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그룹 오너 일가인 손희령(43)씨가 현재 재단법인 퍼시스목훈재단의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주인 손동창(74) 명예회장의 1남1녀 중 맏딸이다.
목훈재단은 2002년 12월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사주인 손 명예회장을 비롯해 퍼시스홀딩스, ㈜퍼시스, 일룸 등 3개 계열사가 주식과 현금 총 118억원을 출연했다. 현재 ㈜퍼시스 1.54%(17만7000주), 시디즈 3%(6만주)의 지분을 보유한 이유다. 이를 재원으로 대학 장학금 지원 및 학술연구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손 명예회장이 설립 이래 줄곧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이사진은 4명으로 손철훈 예한의원 원장, 김유숙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 양수정 아모레퍼시픽 서울어린이집 원장, 한은정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부소장 등이 면면이다.
손 사무국장은 커리어에 관한 한,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계열사 경영에도 일절 발을 들인 적이 없다. 일룸(지분 9.6%), ㈜퍼시스(0.56%) 등 계열사 주주로서 각인될 뿐이다.
따라서 부친을 도와 재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퍼시스그룹이 현재 장남 승계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목훈재단은 향후 장녀 몫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후계자 손태희의 승계 지렛대 일룸
현재 퍼시스그룹의 자타공인 후계자는 손 창업주의 맏아들 손태희(42) 퍼시스홀딩스 사장이다. 2016년 11월 가정용가구 업체 일룸을 시작으로 의자 전문업체 시디즈(2017년 4월), 물류업체 바로스(2017년 9월)를 후계자의 손아귀에 쥐어준 뒤 일룸 계열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온 창업주의 치밀한 사전정지작업의 결과다.
1983년 3월 ‘한샘공업’(현 ㈜퍼시스)으로 출발한 퍼시스그룹은 현재 5개 국내 계열 중 모태인 사무용가구 업체 ㈜퍼시스만이 손 창업주 지배 아래 있을 뿐이다. 손 명예회장(이하 소유지분 80.5%)을 정점으로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33.6%)→㈜퍼시스 구조다.
반면 일룸(48.3%·55.0%))→시디즈·바로스로 연결되는 일룸 계열의 최상단에는 손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일룸의 1대주주로서 지분 29.1%를 보유 중이다. 이외 지분이 누이 손 사무국장 9.6%, 자기주식 61.3%로 이뤄져 있는 까닭에 실질지분은 75.2%다. 바로스 45%도 손 사장 소유다.
경영승계와는 별도로, 손 사장은 ㈜퍼시스 계열만 접수하면 지분승계는 마침표를 찍는다. 손 사장이 일룸을 지렛대 삼아 퍼시스홀딩스에 현물출자하거나 혹은 합병하든지, 지주회사 지분 증여 등에 대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일룸을 상장하든지, 마지막 한 수 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