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억원 vs 222억원.
삼천리그룹의 ‘투톱’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의 25년간 한 해 평균 배당액이다. 삼천리 지배구조를 얘기하면서, ㈜삼천리가 아니라도 이(李)씨·유(劉)씨 두 동업자 집안에 매년 따박따박 거액의 배당금을 꽂아주는 ‘캐시 카우(현금창출원)’ ST인터내셔널의 위력을 빼놓을 수 없다. 비상장사인 까닭에 ㈜삼천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것도 이유다.
오너家 ㈜삼천리 배당수익 한 해 많아야 50억
삼천리 오너 일가는 고(故) 이장균(1920~1997)·유성연(1914~1999) 창업주 때부터 서로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을 독자 경영하면서도 지분은 5대 5로 교차 소유해왔다. 현 2세 체제에서도 양가는 단 한 주의 오차도 없이 균등하게 가지고 있다.
이씨가(家)의 ㈜삼천리는 이만득(68) 회장 8.34%, 조카이자 창업주의 장손인 이은백(51) 사장 9.18%, ST인터내셔널의 유상덕(65) 회장 6.46%, 차남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경영기획실장 9.18% 등 현재 두 집안이 19.52%씩 도합 39.04%를 보유하고 있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1999년 이후 양가 지분이 지금보다 많았던 적은 없다.
㈜삼천리는 이 기간 거르지 않고 해마다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많아야 107억원 정도다. 총액으로는 1850억원이다. 오너가의 배당수입 역시 일가 모두를 합해도 한 해 50억원을 넘지 않았다.
2019년 12월 부친의 증여를 통해 ㈜삼천리 주주로 등장한 유 실장을 제외한 2세 양대 회장과 장손으로서 예나 지금이나 핵심 주주 3인방을 보더라도, 이 회장과 이 사장이 각각 연간 최대 11억원, 25년간 합해봐야 160억원이 갓 넘는다. 유 회장 또한 197억원 정도다. 연평균 8억원 꼴이다.
반면 두 오너 집안에게는 ㈜삼천리를 훨씬 능가하는 ‘돈줄’이 따로 있다. 유씨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ST인터내셔널이다. 현재 유 회장 43.14%와 유씨가의 문화·예술재단 송은문화재단 6.86%, 이 회장과 이 사장 각각 23.43%와 이씨가의 장학재단 천만장학회 3.13% 등 양가가 각 50%의 주식을 소유한 곳이다.
ST인터 현금성자산 1조2100억 넘쳐나는 곳간
ST인터내셔널은 1982년 9월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키데코(KIDECO)가 1990년대 초 파시르 유연탄광 개발에 성공하며 ‘노다지’를 캤다. 파시스 광산은 연간 생산량 110만t 규모의 세계 5위 탄광이다.
유연탄 채취·운송·판매사업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997년 78억원 흑자로 돌아선 뒤 2011년에는 무려 1조원을 벌어들였다. 매출이 1380억원에서 매년 예외 없이 불어나며 2조6100억원을 찍었던 시기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 키데코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함에 따라 유입되는 현금이 차고 넘쳤다.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약정에 따라 2003년 4월과 11월 10%(2500만달러), 2004년 8월 41%(1억4500만달러) 등 51%를 1억7000만달러에 처분했다. 이어 2017년 12월 49% 중 40%를 2대주주인 인디카에너지에 6억2220만달러에 매각했다.
2018년 키데코가 계열 제외되면서 벌이가 줄기는 했지만 알짜기업의 면모를 잃지는 않고 있다. 작년 매출 6800억원에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적게는 903억원, 많게는 1250억원에 이른다. 이익률은 10.6%~13.3%로 줄곧 두 자릿수다.
곳간에 현금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1999년 말 346억원에 불과했던 ST인터내셔널 본체의 현금성자산(별도기준)은 1조2100억원으로 불어났다. 빚을 낼 이유가 없어 2016년부터 차입금이 ‘제로(0)’다. 막대한 현금 유동성은 유연탄 판매 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자원물류, 금융, 호텔·리조트,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의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대 회장, 장손 ‘3인방’ 배당수입 4000억
삼천리 핵심 대주주 3명 또한 ST인터내셔널을 통해 제대로 ‘돈 맛’을 보고 있다. ㈜삼천리와 비교가 안된다. 바꿔 말하면, ST인터내셔널이란 존재는 굳이 ㈜삼천리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현금을 넉넉하게 꺼내 쓸 수 있는 곳간인 셈이다. ST인터내셔널 지분을 ㈜삼천리 보다 월등히 많이 소유해온 것도 한 요소다.
ST인터내셔널 오너인 유 회장이 독보적이다. 1999년 이후 줄곧 단일 1대주주로서 21.51%→2010년 32.11%에 이어 2015년 이후 43.14%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총 1870억원의 배당수입을 올렸다. ㈜삼천리의 10배로 1680억원을 더 챙겼다. 한 해 평균 75억원꼴로 2020년에는 420억원을 가져갔다.
동업자 집안의 이 회장과 이 사장도 적지 않다. 각각 14.92%→17.44%에 이어 23.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핵심 주주다. 각자 한 해 최대 229억원 총 1065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삼천리의 7배, 액수로는 903억원을 더 챙겼다.
ST인터내셔널이 1999년 23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배당에 나선 뒤 폭발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2004년(306억원)부터 그 규모를 한껏 늘린 데 기인한다. 2020년에는 무려 974억원을 배당했다. 25년간 총 5550억원에 달한다. ㈜삼천리의 3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ST인터내셔널은 적잖은 배당을 풀고도 재원이 2조6300억원(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남아있다. ㈜삼천리도 1조4400억원으로 적지 않지만 ST인터내셔널은 거의 두 배다. 삼천리 오너가의 자금줄로서 ST인터내셔널의 위력은 3인방에게 배당 말고도 2350억원의 대박을 안겼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⑦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