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그룹 이(李)씨, 유(劉)씨 두 동업자 집안은 2010년 무렵과 2015년 말 2단계에 걸쳐 계열 지배구조에 손을 댔다. 양가의 계열사 지분 5대 5 교차소유 원칙에 더해 오랜 기간 삼천리를 지탱해왔던 ㈜삼천리, ST인터내셔널(옛 ㈜삼탄), 삼천리제약을 삼각축으로 한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작업이었다.
마침표를 찍을 즈음, 양대 2세 오너 이만득(68) ㈜삼천리 회장과 유상덕(65) ST인터내셔널 회장, 이씨가(家)의 장손이자 유력 후계자인 이은백(51) ㈜삼천리 사장 등 3인방은 2350억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이 또한 다름 아닌 인도네시아 파시스 유연탄광 개발을 통해 ‘노다지’를 캔 ST인터내셔널의 힘이었다.
한 때 삼천리-삼천리제약-ST인터 순환출자
원래 삼천리 계열은 ㈜삼천리→삼천리제약→ST인터내셔널→㈜삼천리로 연결되는 순환출자와 ㈜삼천리↔ST인터내셔널, 삼천리제약↔ST인터내셔널 등 2개의 상호출자가 존재했다.
2009년 12월 ㈜삼천리는 유상감자를 통해 ST인터내셔널 지분 10.2%(1410억원)를 모두 정리했다. 이듬해 1월에는 ST인터내셔널이 ㈜삼천리 6.53%(307억원)를 이씨·유씨 일가에 균등 매각했다.
이 시기 ㈜삼천리는 삼탄인터내셔널 15.0%(420억원) 또한 유상감자를 통해 처분했다. 삼탄인터내셔널은 앞서 2009년 말 삼천리제약에서 의약품 부문(신설)을 인적분할한 뒤 ST인터내셔널 주식 소유를 목적으로 하던 계열사다.
이로써 순환출자는 해소됐고, 양가가 독자 경영하는 ‘투톱’의 연결고리도 끊어졌다. 현재 ㈜삼천리, ST인터내셔널 양대 계열이 서로 출자관계가 전혀 없는 수직지배체제를 갖추게 된 배경이다.
제약사업을 떼어낸 것은 매각을 위한 수순이었다. 분할 전(前) 삼천리제약은 이 회장과 이 사장 각각 17.5%, 유 회장 30%와 모친 고(故)박옥순·큰누나 유명옥(74)씨 각 2.5% 등 양가가 지분을 35%씩 갖고 있던 계열사다. 인적분할로 쪼갠 까닭에 오너가의 지분 역시 각 70%로 나눠졌다. 나머지 30%는 절반씩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몫이었다.
삼천리제약은 분할설립된 뒤 이듬해 4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 현 에스티팜에 팔려 9월에 가서는 흡수합병됐다. 매각금액은 지분 100%에 대해 533억원이다. 오너 일가가 당시 딜을 통해 제법 돈을 만졌다는 뜻이다. 유 회장이 160억원을 손에 쥐었고, 이 회장과 이 사장도 각각 94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5년 뒤 거머쥔 현금에는 비할 바 못된다.
2015년 ST인터 주식 18% 가치 3000억
2015년 11월 삼탄인터내셔널은 ST인터내셔널 소유의 지분 17.65% 외의 82.4%에 대해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씨, 유씨 일가 소유의 각각 41.18%다. 마지막 남은 계열 상호출자 ST인터내셔널(17.65%)↔삼탄인터내셔널(21.93%)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앞서 2014년 4월 삼천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 5조원(2016년 10조원→2024년 GDP의 0.5%) 이상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 지정됨에 따라 두 계열사간 출자고리를 끊어야 했다.
당시 유 회장이 소유했던 삼탄인터내셔널 지분이 36.24%다. 이를 넘겨 챙긴 현금이 1130억원이다. 유씨 집안의 문화·예술재단인 송은문화재단도 2.9%를 90억원에 정리했다. 이 회장과 이 사장 또한 각 20.59%를 처분해 609억원씩을 회수했다.
삼탄인터내셔널 기업가치가 2960억원(주당 12만3600원․액면가 5000원)에 달한 데 따른 것이다. 오로지 ST인터내셔널 주식(21.93%) 가치가 전체 기업가치나 다름없던 계열사였던 까닭에 그럴 만 했다.
앞서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⑥편’에서 애기한대로, ST인터내셔널이 1982년 9월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키데코(KIDECO)가 1990년대 초 파시르 유연탄광 개발에 성공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지 오래여서다.
유상감자 뒤 같은 해 12월 ST인터내셔널은 100% 자회사로 있던 삼탄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했다. 삼탄인터내셜이 갖고 있던 ST인터내셔널 지분 21.93%는 자사주 소각 처리됨으로써 상호출자는 해결됐다.
삼천리 두 동업자 집안이 남 부러울 게 없는 현금 동원력을 갖게 된 데는 매년 따박따박 꽂히는 거액의 배당금 말고도 이렇듯 대박을 안긴 ST인터내셜의 위력이 자리하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⑧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