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갑부’ 집안답다. 삼천리 이(李)씨 일가와 동업자 집안인 ST인터내셔널 유(劉)씨 일가가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 속의 강남’으로 통하는 청담동의 알짜 빌딩들을 사들였다.
인도네시아 유연탄광 개발을 통해 ‘노다지’를 캔 일가의 ‘캐시 카우(현금창출원)’ ST인터내셔널의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단면이다. 나아가 유씨 집안의 3세 대물림이 별 부담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유상덕 남다른 재력 뒤엔 ‘캐시 카우’ ST인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갤러리아백화점-청담사거리-학동사거리’를 잇는 트라이앵글 지대는 명품 1번지로 통한다. 갤러리가 운집한 ‘미술의 거리’이자 명품 수입차 매장이 늘어선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위치한 청담빌딩. 서울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건물이다. 대지면적 577㎡(175평), 연면적 1137㎡(344평)의 지하 1층~지상 4층짜리다. 작년 3월 증축 및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 영국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의 서울강남전시장이 입점해있다.
건물주가 ST인터내셔널 2대 오너 유상덕(65) 회장이다. 2018년 4월 개인 3명으로부터 336억원에 매입했다. 자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⑥~⑦편’에서 얘기한 대로, ST인터내셔널이 그간 남부러울 게 없는 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1999년 이후 줄곧 ST인터내셔널 단일 1대주주로서 21.51%→2010년 32.11%에 이어 2015년 이후 43.14%의 지분을 유지 중이다. 청담빌딩 매입 전(前) 2017년까지 ST인터내셔널이 유 회장에게 꽂아준 배당금만 해도 한 해 평균 61억원꼴 총 1160억원이다.
게다가 2015년 말 ST인터내셔널(17.65%)↔옛 삼탄인터내셔널(21.93%) 계열 상호출자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 회장은 삼탄인터내셔널 지분 36.24%를 유상감자를 통해 현금화 해 1130억원을 손에 쥔 바 있다.
2017년 후계자 유용욱에 송은아트스페이스 증여
유 회장이 청담빌딩을 사들인 시기는 ST인터내셔널이 유씨 일가 문화·예술재단인 송은문화재단과 공동으로 2016년 5월 바로 옆 건물 현 ST송은빌딩을 568억원에 사들인지 2년 만이다.
ST송은빌딩은 원래는 지하 1층~지상 3층짜리였다. 2021년 8월 대지면적 1179㎡(357평)에 연면적 8152㎡(2466평) 지하 5층~지상 11층 건물로 증축했다. 현재 ST인터내셔널과 송은문화재단 사옥과 갤러러 송은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ST인터내셔널은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인 대치동의 요지에 지하 4층~지상10층 규모의 삼탄빌딩도 소유 중이다.
참고로 ST송은빌딩의 옛 주인은 서미숙(66)씨다. 서성환(1923~2003)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2남4녀 중 막내딸이다. 2007년 10월 28억원에 매입한 뒤 10년도 채 안돼 54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청담동에는 유씨 집안 3세 개인 명의의 빌딩도 있다. 유 회장의 두 아들 중 차남이자 유력 후계자인 차남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경영기획실장이다. 2010년 11월 개관한 미술 전시공간 송은아트스페이스(현 탕 컨템포러리 아트)의 건물주다.
대지면적 667㎡(202평), 연면적 2802㎡(847평) 등의 규모의 지하 3층~지상 6층 건물이다. 압구정로데오역과 청담사거리 중간에 위치해 ST송은빌딩․청담빌딩과는 500m, 도보로는 6분 남짓의 지근거리에 있다. 2017년 5월 이 건물을 증여해 준 이 또한 유 회장이다.
㈜삼천리 주식 증여 직후 ST인터 974억 중간배당
유 회장의 막강한 현금 동원력은 향후 3세 지분 승계 과정에서 현금 증여 등을 통해 유 실장의 ㈜삼천리 배당수익이나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임대수입을 압도하는 든든한 재원이 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③편’에서 언급했지만, 2019년 12월 ㈜삼천리 단일 최대주주로 있던 유 회장은 지분 12.3% 중 7.84%를 증여했다. 정확히 이씨 집안 2세 오너 이만득(68) ㈜삼천리 회장의 조카이자 유력 차기 오너인 이은백(51) ㈜삼천리 사장 소유지분 만큼이다. 유 실장은 일약 공동 2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주식시세로 269억원어치다. 증여세율이 60%(최고세율 50%+최대주주 할증 20%)였던 점을 감안할 때, 유 실장은 대략 15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짊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교롭게도 증여 직후인 2020년 ST인터가 1999년 이후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액수도 974억원에 달했다. 이 중 유 회장에게 떨어진 배당금이 420억원이다.
곧바로 유 실장은 이 사장과 함께 지금의 9.18% 공동 1대주주로 올라섰다. 2020년 6~8월 양가 6명이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일 무렵 각각 40억원을 들여 1.33%씩을 추가 매입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삼천리와 달리 ST인터내셔널에 대한 유 실장의 지분 승계는 아직 개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ST인터내셔널은 유 회장 43.14%와 송은문화재단 6.86%, 이 회장과 이 사장 각각 23.43%와 이씨가의 장학재단 천만장학회 3.13% 등 양가 지분 각 50%인 5인 주주 체제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⑨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