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작년 4분기 역대 최고 기록 3가지를 새로 썼다. 영업이익, 평균판매단가(ASP), 레저용 차량(RV) 비중 등이다. 세단보다 이윤이 더 남는 RV 판매가 늘면서 평균판매단가가 올랐고, 판매단가가 오르자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사상 최악의 위기때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①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
지난 27일 기아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조281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 기간 매출은 16조91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늘었다.
이날 기아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엄청 잘 나왔다" "경이로운 실적이다" 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간 실적으로 봐도 선방했다. 작년 매출은 59조1681억원으로 2019년보다 1.8%, 영업이익은 2조665억원으로 2.8% 각각 증가했다. 작년 3분기 품질비용 1조2600억원을 반영하고도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자동차 회사가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이룬 값진 성과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2조7813억원)은 2019년보다 22.9% 감소했다.
특히 작년 4분기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7.6%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로 제시한 8%에 근접한 것이다. 관련기사☞ '2025전략' 손본 현대차, 투자 줄어도 수익 지킨다
② 역대 최대 평균판매단가
작년 4분기 기아의 전세계 도매 판매는 74만2695대로 전년동기 대비 소폭(0.005%) 감소했다. 연간 판매로보면 지난해 판매량(260만7000대)은 2019년보다 7.6% 줄었다. 판매량이 부진한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이 나온 비결은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작년 4분기 내수 평균판매단가는 291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4% 상승했다. 평균판매단가는 작년 1분기 2530만원, 2분기 2680만원, 3분기 2770만원 등 매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작년 4분기 수출 평균판매단가는 1만82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1% 올랐다.
③ 역대 최대 판매 비중 RV
평균판매단가 상승은 RV가 이끌고 있다. 다른 차종에 비해 수익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차량 RV가 많이 팔리면서 평균판매단가도 올라간 것이다.
기아의 작년 4분기 RV 판매 비중은 58.7%로 전년동기대비 6.5%포인트 증가했다. 기아가 판 차 10대 중 6대 가까이가 RV란 얘기다. 작년 4분기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비중은 43%에 머문다.
기아의 RV는 지난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출시된 '쏘렌토'는 작년 한해 8만2275대가 팔리며 국내 판매 1위 RV 차량에 올랐다. 현대차의 '펠리세이드'(6만4791대)와 '싼타페'(5만7578대)를 압도했다. 여기에 지난해 6만대 이상 팔린 기아의 '카니발' 돌풍도 거셌다.
미국에선 '텔루라이드'가 효자였다. 텔루라이드는 2019년 미국에 출시된 RV 차량으로 콧대 높은 미국 RV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텔루라이드의 미국 판매량은 7만5129대로 2019년보다 15.8% 증가했다.
올해 출시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CV'도 승용차와 RV의 장점이 결합된 코로스오버차량(CUV) 차량이다. 기아 관계자는 "CV는 오는 7월 유럽과 한국, 12월 미국에 론칭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