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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처럼 등판한 비스포크…'가전=LG' 공식 깰까

  • 2021.05.12(수) 18:12

삼성 이례적 가전 온라인 행사 개최
"비스포크, 글로벌 확대하는 원년"
삼성·LG 가전 글로벌 경쟁 본격화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비스포크 홈 2021' 행사에서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를 앞세워 글로벌 가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가전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미디어 대상의 온라인 행사도 열었다. 그만큼 비스포크의 글로벌 진출에 거는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를 글로벌 시장에 전격 공개하면서 국내 가전업계 양대산맥인 LG전자와의 맞춤형 가전 전선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다. LG전자도 이달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컬렉션'의 해외 진출을 시작한다.

올해 LG전자가 생활가전(H&A) 부문에서 미국의 월풀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스포크를 앞세운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스포크' 국내 성공 DNA, 해외로 전파

11일 삼성전자는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대상 '비스포크 홈 2021' 행사를 열고 비스포크 가전의 본격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비스포크 홈은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 제품을 집안 전체로 확장한 개념이다. 삼성전자는 첫번째 비스포크 제품으로 냉장고를 출시한 이후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정수기 ▲직화오븐 ▲전자레인지 ▲인덕션 ▲에어컨 ▲공기청정기 ▲청소기 ▲세탁기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 16종의 제품이 공개됐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2021'./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비스포크 가전은 작년까지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2019년 6월 출시 이후 월 평균 5만대씩 팔린 셈이다. 비스포크 가전 출하량의 75%를 차지하는 냉장고의 경우,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절반을 뛰어넘었다. 지난 3월 이재승 사장은 올해 국내 가전 매출에서 비스포크 비중을 8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의 비스포크 성공 경험을 해외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과 CIS(독립국가연합)에 출시에 이어 올해는 가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에서는 올 1분기 비스포크 냉장고에 이어 하반기 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의류관리기, 무선청소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도입했던 유럽 시장에는 올 상반기 14종의 냉장고 패널을 선보인다. 전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에어드레서, 제트와 제트 봇 AI 등도 비스포크 라인업으로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올해는 삼성 비스포크 가전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확대되는 원년"이라며 "맞춤화·모듈화·세련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주방을 넘어 집안 모든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비스포크 비전'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국내선 양대산맥인데…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부문에서 글로벌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행사 전 초대장을 전 세계 미디어에 보냈고, 미국 시간을 기준으로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IM(IT·모바일)부문인 갤럭시 신제품을 공개할 때 실시하는 '언팩(공개행사)'와 유사하다. 가전 부문에서 이같은 행사는 흔치 않은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에 집중하는 이유는 실적에서 나타난다. 코로나19 이후 '집콕'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 비스포크가 CE(소비자가전)부문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벽 허문 삼성 '비스포크'…올해도 호실적 이끌까?(3월9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CE부문에서 매출액 12조9900억원, 영업이익 1조1200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6.1% 늘었고, 영업이익은 148.9% 급증했다. 선진시장 중심의 TV 수요 강세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데다, 그간 억눌렸던 펜트업(pent-up) 수요가 몰리면서다.

LG전자도 분위기는 좋았지만, 가전 부문 매출을 합산하면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LG전자의 생활가전 담당 H&A사업본부와 TV 담당 HE사업본부의 매출 합산액은 10조716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CE부문 매출액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두 사업부의 매출액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지만 삼성전자 CE부문에서 TV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부문을 제외하고, 생활가전으로만 비교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VD부문은 올해 1분기 7조2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CE부문에서 이를 제외하고 생활가전 매출만 계산하면 5조77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부인 H&A사업본부의 매출액인 6조7081억원보다 1조원가량 적다.

삼성전자는 CE부문에서 VD부문을 제외한 생활가전사업의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하면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LG전자 H&A사업본부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199억원으로 사상 처음 9000억원을 넘겼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6억1800만 달러(약 6950억원)를 앞선 것이다. 

국내 가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맞수'로 여겨지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LG가 삼성보다 한 수 위란 얘기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글로벌 가전 시장에 '구원 투수'로 비스포크를 올린 것이다. 현재 반응은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 측은 "올 1분기 미국에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 중 4도어 타입은 정수 기능이 있는 '베버리지 센터'를 탑재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도 작년 10월부터 도입된 비스포크 냉장고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의 해외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LG전자와의 맞춤형 가전 경쟁도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앞서 오브제컬렉션의 색상을 추가하면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이달 중국 시장을 시작에 오브제컬렉션을 선보인다. LG오브제컬렉션은 LG전자가 비스포크에 대항하기 위해 선보인 공간 인테리어 가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스팀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가전 반응이 좋다"며 "아시아,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순차적으로 오브제컬렉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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