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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변곡점에 선 새만금을 가다

  • 2021.05.18(화) 08:00

잃어버린 30년…다시 깨어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중심지 탈바꿈…뒤늦은 첫 삽
국내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설치 예정

스페인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유작이다. 아름다움과 함께 긴 건축기간으로 유명하다. 지난 1882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에도 긴 공사기간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30여년 전부터 공사를 시작해 아직 20년은 더 지나야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바로 새만금이다. 새만금개발구역은 지난 198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50년 완료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매립예정목표 291㎢ 중 125㎢가 매립됐으며 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 등 인프라 공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만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새만금이 사그라다 성당과 다른 것은 공사기간이 이렇게 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우디는 2082년에야 성당이 완성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새만금은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2004년이면 공사가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목표가 바뀌고 그 과정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새만금 개발사업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 1989년 새만금 개발의 첫 계획은 100% 농수산 중심 개발로 꾸몄다. 바다를 매립해 논밭으로 꾸민다는 단순한 계획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비농업용지의 비중을 높이며 이후 계획을 수시로 바꿨다. 올해 2월 확정한 새만금 제2차 기본계획은 실제로는 새만금의 7번째 설계도다.

지난 30여년간 기본계획이 수시로 바뀌니 입주하겠다는 기업도 적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청사진만 있고 뭐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새만금은 매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수년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7년까지 새만금에 입주를 하거나, 하겠노라 약속한 기업은 단 5개 기업뿐이었으나 2018년부터 지금까지 새로 맺은 입주계약만 25건이다. 현재도 새만금 입주를 타진하는 기업이 줄을 서고 있다. 달라진 새만금의 상황을 직접 보기 위해 새만금개발구역을 찾았다. 빗줄기가 굵던 지난 5월 11일이다. 

광활한 넓이…태양광 발전설비 설치가 1순위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개발구역을 종단하는 남북도로의 북단에 있다. 새만금개발구역의 입구에 선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새만금을 바라봐도 여기가 개발구역이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곳곳에 굴뚝이 섰지만 평범한 해안가 소도시라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새만금개발청 맞은 편에서는 육상태양광 발전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태양광의 특성상 높은 구조물이 없어 무언가 개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웠다. 최근 새만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새만금개발청 직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감흥은 적었다. 

건물을 나와 차를 타고 직접 현장에 가보니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를 알았다. 넓었기 때문이다. 지평선까지 모두 새만금개발구역이다. 너무 넓다보니 밀도있는 현장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새만금개발구역의 넓이는 서울의 3분의2 수준이다. 여의도의 140배에 달한다. 아직 매립 하지 못한 부분도 많고 입주를 약속한 기업들도 아직 첫 삽을 뜨지는 않았다. 지난 30년간 개발이 이뤄진 곳이지만 그만큼 방치한 기간도 길었다. 최근에야 활발한 입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새만금을 살폈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단지를 배경으로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육상태양광 발전단지는 새로운 새만금 개발계획의 핵심 중 하나다. 새만금은 그동안 농지나 무역단지 등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그 기간에는 입주한다는 기업이 극히 적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만금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이게 먹혔다. 새만금에 입주하겠다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당연히 1순위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공사는 태양광 발전기를 올리는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기둥을 지하 3m까지 박은 뒤 상단에 태양광 패널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새만금 개발구역 내에서만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을 통해 년간 47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지역에너지계획에서 전망한 2040년도 전북 전력 사용량의 13.6% 수준이다. 입주하는 업체와 인근 주민이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탐방에 동행한 백준호 신산업전략과 주무관의 말이다. 작업장내에 쉴 새 없이 대형트럭이 다니고 있었다. 인근 주한미군의 군산공항에서 이륙한 전투기 소음도 상당했다. 백 주무관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 테스트를 위해 설치해둔 태양광 패널의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백 주무관은 "육상태양광 발전단지는 올해 공사를 끝내고 내년부터 실제 전력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바탕으로 입주한 기업의 RE100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육상태양광 발전설비는 총 3개의 세부 사업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각 구역당 99MW(메가와트)의 발전설비 용량으로 계획됐다. 총 0.3GW(기가와트) 규모다. 1구역은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한국남동발전 참여), 2구역은 한국서부발전, 3구역은 세빛발전소 컨소시엄(한국중부발전 참여)이 사업자다. 세 곳 모두 연내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세계 최대 수상태양광 예고…"변전소부터 지어야" 

육상태양광이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최종목표인 3GW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수상태양광이다. 새만금에는 총 2.1GW 용량의 수상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넓이만 여의도의 10배다. 준공한다면 세계 최대 규모다.

그중 2.1G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설비는 새만금개발구역을 가로지르는 동서도로와 남북도로의 교차로를 중심으로 건설한다. 새만금 전체 구역에서 정중앙에 해당한다. 해당구역에 가는 길은 멀었다. 직진코스인 남북도로가 아직 개통 전이기 때문이다. 임시개통은 됐지만 오전 내내 내린 비에 일부 구간이 잠겨있었다. 결국 새만금방조제를 통해 동서도로의 서단으로 진입해 접근해야 했다. 

육상태양광은 연내에 공사를 마칠 예정이며, 수상태양광은 변전설비 확보 상황에 따라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서 공사를 진행해 오는 2025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연료전지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를 충전하고 활용하는 설비다.

시간은 더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새만금의 넓이를 체감할 기회였다.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좌우 모두 바다같지만 오른쪽으로 헤엄쳐 간다면 중국이 나오고 왼쪽으로 간다면 군산이다. 방조제를 따라 20㎞ 정도 달리니 작은 항구가 하나 나온다. 야미도항이다. 항구를 지나 오른쪽은 선유도와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탐방을 위해 좌회전을 해 새만금동서도로로 진입했다.

다시 10㎞가량을 달려 동서도로와 남북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들어섰다. 시동을 걸고 뻥 뚫린 길을 30여분이나 내달린 뒤에야 새만금의 중심에 도착했다. 동행한 사진기자의 입에서도 "참 넓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될 부지 앞에서 백준호 주무관이 개발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곳이 새만금 수상태양광이 설치될 자리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남서면과 북서면, 북동면에 수상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선다. 하지만 태양광 설비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아직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주무관은 "공사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공사를 한 번에 끝내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 생산될 전기를 처리한 변전설비의 확보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결국 새만금이 넓어서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설비와 연결한 변전소는 직선거리로도 20㎞가 넘게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두 개의 변전설비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물에 세울 풍력단지…해상이냐 수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새만금개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상풍력단지가 설치될 자리도 둘러봤다. 새만금 방조제 북측 도로의 동편이다. 

이곳도 아직 눈에 띄는 설비는 없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직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곳에 설치될 수상풍력 설비규모는 총 0.1GW다. 용량이 다른 발전설비보다는 적은 편이다.

설비규모는 작지만 이곳은 새만금을 개발하는 과정이 얼마다 고된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바로 각종 인허가 문제다. 아직 정부는 이곳에 들어올 발전설비를 '수상' 풍력이라고 할지 '해상' 풍력이라고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방조제 인근 유역을 바다라고 할지 호수라고 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기는 위치와 발전 방식에 따라 팔 수 있는 가격이 다르다. 해상풍력이 될지 수상풍력이 될지에 따라 가격차이가 생긴다. 이 문제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발전사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새만금 풍력단지가 설치될 부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백 주무관은 "새만금 내에서 진행하는 사업마다 5~7개 부처와 협업해 각종 인허가를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을 둘러싼 문제는 정부 부처 간의 협업뿐만이 아니다. 가장 시급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근 지자체와의 조율문제다. 새만금은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지자체 3곳이 모두 접하고 있다. 새만금은 세 지자체의 이권다툼이 모이는 깔때기 신세를 지난 수십년동안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군산시의회는 군산에 설치될 300MW 규모의 발전사업권을 부안군과 김제시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기로 한 것을 비판하며 새만금개발청장의 해임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전사업권을 나눠주는 절차와 과정은 모두 새만금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결정한 것이라는 게 새만금개발청의 설명이다. 논의에는 군산시는 물론 인근 지자체와 국토부, 산업부 등 정부부처도 모두 참여했다.

각종 사업권 외에도 새만금의 관할권 문제도 심각하다. 새만금 매립에 따라 새로 생기는 땅의 관할구역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세 지자체의 갈등이 수십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발전설비 이후 산업·연구·관광·거주단지도 차근차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최근 새만금은 확실히 지난 30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워낙 넓어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더더라도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차근차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다툼은 있지만 결국 새만금 개발에 따른 열매는 결국 세 지자체의 몫이 가장 크다. 새만금을 예정대로 개발한다면 총 고용자수는 3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고용자 수 1인당 부양가족을 감안한다면 개발에 따라 지역에 늘어날 인구는 총 70만명이 넘는다.

새만금 개발지역 사업추진 현황. 오는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관광과 신산업의 복합단지로 꾸며질 예정이다.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새만금은 발전설비만 들어설 공간이 아니다. 발전설비를 기반으로 한 산업단지와 각종 연구개발(R&D) 시설, 관광시설, 거주시설 등이 촘촘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공항과 항만, 철도까지 새로 놓이면서 지역 전체의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새만금은 얼핏 보면 아직도 황량한 벌판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새만금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기 전 만난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은 "SK와 GS글로벌 등 대기업들이 새만금 투자를 약속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새만금에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새만금을 한국의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전진기지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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