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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석탄화력 "장사 안해"…전력산업 구조개편 신호탄?

  • 2021.05.10(월) 06:00

석탄발전 줄이겠다는 석탄화력발전사 사장들
정부 차원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필요성 대두
산업부-국회 공감대 형성…발전사 통폐합 가능성↑

최근 한국전력 산하 석탄화력 발전공기업 5사는 사장을 모두 교체했습니다. 5명의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탈석탄'을 선언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모습입니다. 5개 회사 모두 석탄발전이 주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장사를 접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사실 발전공기업의 탈석탄 시행 여부는 사장의 능력 밖입니다. 정부차원에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2년 주기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지난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죠. 특히 이번 9차 계획은 2020년부터 2034년까지 총 15년의 장기계획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의 가장 핵심내용은 탈석탄입니다. 계획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석탄발전소 총 60기 중 30기를 2034년까지 폐지할 예정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신임 사장들의 취임 일성이 달리 들립니다.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해내겠다는 선언입니다. 어찌 보면 공기업 사장이라는 신분상 특수성 덕분에 낼 수 있는 목소리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사장이 회사 수익을 줄이겠다는 선언을 하지는 못할테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모회사인 한국전력은 상장사인데 말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전력시장은 큰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기존 석탄화력과 원자력의 비중은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전과 자회사의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희생도 안 됩니다. 투자자들의 피해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력시장구조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 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금융투자업계, 한전 주식 비추…탈석탄으로 실적악화 예상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전공기업 사장들이 취임한 뒤 총 2건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보고서 모두 한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먼저 하나금융투자가 한전에 대한 전망을 조정했습니다.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기존 전망을 제시한 지 단 15일만의 수정입니다. 이어 메리츠증권도 3만2000원이던 목표주가를 2만6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고쳤습니다. 기존 전망이 나온 지 45일만입니다.

금융투자업계가 한전에 대한 투자의견을 빠르게 수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한전이 보여준 실적 때문은 아닙니다. 최근 발표한 한전의 작년 실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4조86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한전의 흑자는 곧 끝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가 1432억원 수준이 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영업적자를 예상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실적 전망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탈석탄입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따른 부담이 한전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입니다. 한전은 한국 전력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감축 의무를 부여받았습니다. 한전의 발전공기업이 국내 석탄발전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의 28.6%가 한전의 발전공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석탄발전소 절반을 없애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이에 대한 1차적인 부담은 한전의 발전공기업이 떠안습니다. 당장 석탄화력발전소를 닫아야 하니까요. 팔수 있는 전기는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방(탄소)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근손실(자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적절하네요.

◇ 한전, 공익과 사익 둘다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

한전의 발전공기업 경영악화를 한전이 책임져주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한전의 사업구조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이익감소를 원자력발전을 통해 메우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전도 시한부입니다. 정부는 탈원전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전의 수는 24기입니다. 수리 중인 원전이 복귀할 예정이다보니 2026년이면 26기로 늘어나지만 2030년이 되면 18기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 중이어서 원전의 수명을 늘리거나 새로운 원전을 만들 일은 없습니다.

한전의 발전공기업도 한전도 예고된 경영환경 악화에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사실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손실이 문제가 아닙니다. 공기업은 오히려 흑자가 너무 나도 문제입니다. 국민에게 더 저렴하게 서비스 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한전은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한 상장사입니다. 한국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도 상장했죠. 지난 2019년에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한전에 '한국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가 투자자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실적도 제대로 내면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도 발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한전이 못한다면 그 위가 나서야겠죠. 최근 문승욱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였습니다.

◇ 산업부·국회, 전력사업 구조개편 공감대 형성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의 영업활동이 사실 상장기업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부의 규제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전의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문제삼았습니다. 사실 한전의 경영환경 악화는 전기요금을 조정해 돌파할 수 있는 이슈입니다. 원가가 오른 만큼 최종 가격에 반영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한전은 전기요금을 시장원리대로 결정하지 못합니다.

도매시장에서 전기를 사 올 때부터 한전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서 건설된 발전소 구성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그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받는 가격인 전기요금은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입니다. 전기요금 약관을 개정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죠. 최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놓고도 유가상승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 장관은 이 의원의 질의에 "에너지시장에 규제적인 요인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한다"며 "저희가 다시 뭔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견을 보탰습니다. 김 의원은 "5개 발전사의 중복되고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이 심각하다"며 "원전은 원전 건설과 폐전 부분으로 전문화하고 여러 발전자회사와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별도 신재생에너지 공기업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문 장관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추진 등 변화에 맞는 전력산업 구조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을 할 시기가 됐다"며 "전문가와 수요처 등 각계의 의견을 듣고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시기가 됐다는 문 장관의 말이 주는 울림이 큽니다. 

에너지전환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큰 압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전 입장에서는 에너지전환과 수익회복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존 구조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게 이미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미 김 의원 측은 한전의 발전공기업 통폐합을 골자로 한 '전력산업 재구조화 방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부장관도 때가 됐다고 했죠. 전력산업구조 개편론이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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