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규제기관은 비대면 방식으로 의약품 제조소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실사는 대면 실사보다 소통이 어렵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에 따라 철저한 사전 준비와 올바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4일 열린 '2021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2021)'에서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실사 경험을 공유하고 비대면 실사시 요구사항 등에 대해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이후 총 3건의 비대면 실사를 받았다. 지난해 1월과 3월 2건의 서류 실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FDA와 서류 및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실사를 수행했다.
여은아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룹장은 "삼바로직스는 코로나19 이후 FDA와 비대면 실사를 진행한 초기 제약사"라며 "비대면 실사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실사 일주일 전부터 리허설을 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 그룹장은 비대면 실사에 있어 △라이브 스트리밍 공장 투어 △플랫폼 기술 점검 △커뮤니케이션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고객사와 규제기관 간 신뢰 구축을 비대면 실사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비대면 조사에선 조사관이 현장을 볼 수 없다. 따라서 규제기관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조사하거나 제조소의 사전 녹화 영상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 규제기관은 사전 녹화 영상의 대본이나 영상 자막을 요청하기도 한다.
여 그룹장은 "보관소나 오염 위험이 있는 생산 구역은 사전 녹화한 영상을 제공했고, 특정 구역은 요청에 따라 사진을 통해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여 그룹장에 따르면 비대면 실사를 할 땐 카메라의 앵글이나 화질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실사에 참석해선 안 될 인원이 참석했다는 의심을 사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중에는 참석한 모든 인원이 정확하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실사는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마킹이 필요했다"며 "동영상에서 특정 장비가 보이지 않으면 해당 장비의 사진을 제공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실사에 필요한 기술들을 미리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리밍 실사의 경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불안정한 시스템은 실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 그룹장은 "비대면 실사에선 조사관이 물리적으로 문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자 문서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전자시스템 자체를 잘 구현해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 비대면 실사를 위한 자체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는 "실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IT팀이 상주하며 기술적인 문제를 관리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한 것이 규제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규제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여 그룹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서 조사관의 피드백을 고객사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비대면 실사는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만큼 고객사와 규제기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소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여 그룹장은 "대면 실사의 경우 점심식사 등을 통해 조사관으로부터 현재 실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머지 실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비대면 실사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비대면 미팅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성공적인 실사를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대면 실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지만 상호신뢰와 투명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각기 다른 기대와 궁금증을 가진 조사와 고객사, 규제기관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성공적으로 실사를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