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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달라질까…정권마다 반복되는 '기업규제개선'

  • 2022.03.22(화) 15:05

윤석열 당선인 "신발속 돌멩이 빼겠다"
이명박 전봇대·박근혜 손톱밑가시·문재인 붉은깃발 비슷
반복되는 규제혁신 목소리 불구 기업여건순위는 하위권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를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경제 6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에 이어 윤 당선인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기업을 위한 규제 개선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영국의 19세기 '붉은 깃발법'을 거론하며 규제 혁신을 주문했다.

각 정권마다 규제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여건 순위는 전세계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 6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 = 대변인실 제공

"기업이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

지난 21일 윤 당선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단체장을 만났다. 

이날 그는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며 뚜렷한 경제관을 밝혔다.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경제를 완전 탈바꿈해서 자유시장경제"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며 뒤에서 돕고, 기업이 앞장을 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투자도 하고 기업이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닌가" 등의 모두발언에서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 쉬운 일을 엉뚱하게 하는 정부가 안 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하실 수 있게 하겠다"며 경제단체장과의 핫라인 구축도 약속했다. 

이날 경제단체장들도 규제 개선을 호소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국내 투자 활성화, 신산업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창의·혁신 DNA를 마음껏 발현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손톱밑 가시 뽑았지만

규제 개선은 과거 정부 교체기 때 자주 등장했던 당선인들의 주문사항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선인 시절 인수위에 선거기간에 방문한 목포 대불 공단에서 선박블록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커브길 옆 전봇대(폴) 때문에 운행할 수 없다는 점을 예를 들며 이른바 '전봇대론'을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은 "전라남도도 권한이 없고 목포시도 안 되고 산자부도 안 되고 서로 그러다 보니 그 폴 하나 옮기는 거 때문에 블록은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일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당선인 시절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분들을 만나면 계속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인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를 지적하며 '붉은 깃발법'을 내세웠다. 붉은 깃발법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도록 한 법이다. 이 탓에 영국 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붉은 깃발론을 내세운지 한달여만에 국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다.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한국 규제의 벽은 아직 높은 상황이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정부 효율성의 기업여건(기업관련규제) 순위는 2013년 39위, 2014년 42위, 2015년 45위, 2016년 46위, 2017년 48위, 2018년 47위, 2019년 50위, 2020년 46위, 2021년 49위 등으로 조사대상인 64개국 중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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