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가급적 빨리 푸는 노력을 하고, 모래주머니를 벗기겠다"고 말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윤 당선인은 경제6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올림픽에 나간 국가대표 선수에 비유하며 "신발도 좋은 것을 신겨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을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규제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재계는 한덕수 총리 후보와 추 경제부총리 후보 등 '경제 원팀'이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를 얼마나 풀지 기대를 걸고 있다. 윤 당선인이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는 뚜렷한 경제관을 밝힌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정부, 제발 기업 발목 잡지 말라고 한다"
추 경제부총리 후보는 지난 10일 기업의 세제혜택을 묻는 질문에 "세제 지원도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한 뒤에 "기본적으로 기업은 정부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정부가 발목을 제발 잡지 말라고 한다"고 재계의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
재계가 원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보다 규제 개선에 있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 주도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던 시대는 저물었지만, 국내 산업계엔 여전히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남아있다. 지난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윤 당선인에게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국내 투자 활성화, 신산업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경총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를 보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전 분야에 '원칙 허용, 예외 금지'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 원칙 확립 △기업인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배임죄 적용 배제 △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폐지 △ 사익편취 심사지침 중 일감몰아주기 판단기준 및 제외기준 삭제 또는 완화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친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2촌 이내의 혈족'으로 대폭 축소 등을 제안했다.
조세 제도에선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25%로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인하 등이 담겼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같은 유인책을 활용한 취약계층 지원 등의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과 경영자에 대한 하한형(1년 이상)의 징역형 삭제 등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안도 각각 제안됐다.
다만 추 경제부총리 후보는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에 문제제기가 되는 그런 (기업의) 행태들은 개선돼야 한다. 여전히 현장에선 불공정 거래행태, 독점적 남용행위 등에 관한 지적이 많다"며 "법치와 공정은 기업의 크기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적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주성, 듣도 보도 못한 용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뀔 경제정책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꼽힌다. 추 경제부총리 후보는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용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마차가 말을 끈다고 지적한 뒤 "성장이 돼야 소득도 는다"며 "하늘에서 소득이 떨어지느냐. 그래서 빚내서 소득을 높여주겠다 하니, 무리한 정책이 나오고 비효율성이 나오고 국가부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도 우선적으로 폐기될 현 정부의 정책이다. 추 경제부총리 후보는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결국 남는 게 뭐냐"고 자문한 뒤 "탄소제로도 상당한 정책 부담이 되고 한전 적자 키우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온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은 최대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 성장"이라는 윤 당선인의 경제관과 일맥상통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며 뒤에서 돕고, 기업이 앞장을 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투자도 하고 기업이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