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원팀'을 이루고 사업 협력을 강화했다. LS그룹은 우선 산업용 자동화 사업을 시작으로 점차 협력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저케이블,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LS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우디와 '원팀' 결성
LS그룹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부 장관과 술탄 알 사우드 산업개발기금 CEO(최고경영자) 등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사우디 비전 2030'과 LS그룹의 '비전 2030'의 공동 달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비전 2030은 지난 1월 구 회장이 내놓은 LS그룹의 미래 청사진이다. 구 회장은 새해 첫 신년 행사에서 비전 2030을 선포하고, CFE(Carbon Free Electricity)와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파트너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LS그룹은 전력 인프라, 2차전지 소재, 전기차 충전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당시 구 회장은 "올해부터 기존 주력 사업 위에 미래 성장 사업의 싹을 틔움으로써 '비전 2030'을 달성하고 그룹의 더 큰 도약을 일구겠다"며 "새로운 비전을 통해 그룹 자산 규모를 현재 25조원에서 2030년 50조원으로 두배 이상 확대해 글로벌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비전 2030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프로젝트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높은 석유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제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LS그룹은 사우디 산업광물부 산하의 국가산업개발센터(NIDC)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사우디 정부와 공동 협업 팀을 구성해 사업기회 발굴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LS그룹은 사우디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S그룹은 그동안 사우디 공공기관 및 현지 기업과 현지 진출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 LS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기계·설비 분야에 대한 사업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LS그룹 계열사 '사우디' 날개 단다
우선 이번 협약을 토대로 LS일렉트릭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이번 협약의 주요 분야인 산업용 자동화 사업뿐만 아니라 태양광 모듈과 전력 개폐장치, 변압기 등 모든 전력기기의 설계부터 조달, 시공에 이르는 토탈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LS일렉트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관련 설비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올해 27.3GW(기가와트)에서 2030년 58.7GW로 늘릴 계획이다.
LS전선의 새 성장동력인 해저케이블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의 일부로 유럽-인도를 잇기 위한 대규모 해저케이블 설치 사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은 지난 9월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에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각 대륙을 연결하는 글로벌 무역 허브로 도약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유럽과 인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전력·통신 케이블 위주에서 해저케이블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S전선 입장에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기회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LS전선이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고압 직류로 변환해 필요한 곳까지 송전한 뒤 다시 교류로 바꿔 공급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연결에 효율적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8월엔 해저케이블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했다. 또 올해 10월 동해사업장에 320kV(킬로볼트) 이상의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VCV타워를 준공하고 공급력을 대폭 키웠다.
한편 업계에서는 LS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 관계 강화로 LS전선의 네옴시티 전력케이블 수주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지역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 크기 저탄소 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만 5000억달러(약 657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산업용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S일렉트릭뿐만 아니라 LS전선의 사우디아라비아 내 영향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사업 협력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어느정도의 교감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