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333억달러의 사업을 따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둔화 등 악재 속에서도 4년 연속 300억달러 이상의 해외건설 수주 기록을 이어갔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등의 배경 속에 해외건설 수주가 절정이었던 2010년(716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작년 특징은 미국에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수주, 처음으로 미국이 우리 건설업체 수주액이 많은 국가가 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가프로젝트' 수주 등에 따라 중동 비중이 다시 커졌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2023년 국내 321개 기업이 95개국에서 총 606건, 333억1000만달러를 수주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 돈으로 43조7394억원(8일 오전 현재 달러/원 1313원 기준)어치 일감이다. 이는 전년(309억3800만달러) 대비 7.5% 증가한 규모다.
작년 11월말까지 집계가 공개돼 있는 해외건설협회 홈페이지에 284억달러가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12월에만 49억여달러어치 일감을 몰아 수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세계적 경기 둔화, 이스라엘-하마스 무장충돌 등 지정학적 악재 속에서도 정상 외교, 민·관 협력 강화 등의 성과가 작용한 결과라고 국토부 측은 설명했다.
이로써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351억3000만달러 △2021년 305억8000만달러 △2022년 309억8000만달러 △2024년 333억1000만달러 등 4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었다.
해외건설 수주는 2014년 660억달러에서 이듬해 461억달러로 급감한 뒤, 2016~2019년 사이엔 2018년(321억달러)을 제외하곤 200억달러대에 머물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그 뒤 다소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동 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어든 탓에 과거 전성기의 위상은 보기 어렵다.
지역별로는 중동에서 114억3000만달러를 수주, 전체의 34.3%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2022년(수주 순위는 아시아에 이어 2위) 대비 수주액이 24억1000만 달러 늘어나면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간 셔틀 정상외교를 통해 공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50억8000만달러), 자푸라 가스플랜트(23억7000만달러) 등의 메가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는 지난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이래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수주액 기준) 프로젝트다. 중동에 이어 북미·태평양 수주액이 103억달러(31%), 아시아 68억달러(20.3%) 등 순으로 지역 비중이 높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9억8000만달러(30%)로 수주액이 가장 많았다. 미국 해외수주액 1위는 1965년 실적 집계 이래 처음이다. 그간 미국 등 선진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우리 건설기업들의 진출이 저조했다. 2020년만 해도 우리 기업의 미국 수주액은 2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에너시솔루션·SK온 등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제조업체의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이 증가하면서 수주액도 크게 늘었다. 이런 영향은 건축 공종의 비중 확대(2022년 27.9%→2023년 36.5%)로도 이어졌다.
1단계 PIS펀드(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펀드)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 콘초 태양광 사업의 시공(5억달러) 수주도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정부가 우리 기업의 투자개발사업 참여 지원을 위해 조성한 정책 펀드의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으로, 향후 수주 지원 효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PIS펀드(1조5000억원 규모)는 우리기업 관련 투자사업 발굴 후 순차적으로 투자 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95억달러(28.5%), 대만 15억달러(4.5%) 등이 수주가 많은 나라였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158억달러(47.4%)로 가장 많았고 건축 121억달러(36.5%), 토목 19억달러(5.7%) 순으로 집계됐다. 사업 유형별로는 도급사업은 318억달러(95.6%), 투자개발 사업은 14.억6000만 달러(4.4%)를 기록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상 순방 외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계 각국에서 분투해 준 우리 해외 건설 기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해외건설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건설 진흥은 우리 건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경제를 견인할 정부의 핵심과제인 만큼, 올해도 지역별·프로젝트별 맞춤형 수주전략을 수립해 우리 기업들의 수주 목표 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