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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배터리, 길을 묻다]"중국 확실히 따돌릴 비책은?"

  • 2024.01.17(수) 06:50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 인터뷰
니켈 대신 망간 비중 높인 '망간리치' 주목
"성능은 NCM 버금, LFP와 가격 경쟁도 가능"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센터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업계가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판매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배터리 업황도 위기에 놓였다. '더 높이 뛰기 위한 숨 고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대비가 필수다. 올해 그리고 그 이후의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전개되고,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즈워치가 배터리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답을 구해본다. [편집자]

"NCM 등 삼원계 배터리는 여전히 한국의 기술이 좀 더 앞서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 격차를 상당히 줄여 턱밑까지 쫓아왔다. LFP는 특허와 관련된 문제로 한국이 후발주자다. LFP는 기술 문제보다 '중국산보다 저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향후 지금보다 값싼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무조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그것을 꼭 'LFP'라고 좁혀 말할 순 없다. 경제성 및 환경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NCM 계열에서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기술이 주효하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 추격이 매섭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이들의 기술 성장세가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기술까지 갖춘다면 중국 배터리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 수정 배경이기도 하다. 가닥을 잡은 후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센터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는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되 가격을 낮추는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방안으로 '망간리치' 양극을 언급했다.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중국을 누르는 것이 불가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당분간 LFP 시장 확대가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LFP 양산을 시작을 시작하겠지만, 경제성 관련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NCM을 주력으로, LFP는 보조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아래는 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중국 배터리 기술, 한국 턱밑까지 추격

- 올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설비증설에서 '연구개발'로 전략 방향을 틀었다. 올 한 해 K-배터리의 기술개발은 어디에 방점이 찍혀야 할까.

▲ 앞으로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일본 내 배터리 기업은 파나소닉이 독보적이나 대부분 테슬라에 납품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 대비 일본의 시장 장악력이 높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 우리가 우위에 설 방법은 에너지 밀도, 안전성 등 품질개선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이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낮출 방법도 더해져야 한다. 중국 배터리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추되 이전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용 규모가 중국 대비 작다는 지적이 있는데.

▲ 경영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약 20여년 전부터 적자를 보면서도 해당 사업을 이어왔다.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몇 년이 채 안 된다. 아울러 중국 CATL 등은 상당한 정부 지원금을 보조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수익성도 나고 있으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서서히 늘릴 것으로 본다.

배터리 주요 기업 연구개발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최근 한국과 중국 간 배터리 기술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계의 기술 수준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 경우는 여전히 한국의 기술이 좀 더 앞서 있긴 하다. 하지만 중국이 그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 턱밑까지 쫓아왔다. LFP(리튬·인산·철)는 한국이 후발주자다. 기술의 격차라기보다 선점의 문제인 것 같다. LFP 기술 관련 특허*가 2021~2022년께 기한이 끝났다. 그때부터 한국 비롯 각국 및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애초에 그 규제를 피해갔고, 때문에 LFP 양산에 적극 나서며 시장 파이를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LFP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것이다. 다만 기술 격차는 조만간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LFP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 물질인 '리튬·인산·철'을 처음 발견한 이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고(故) 존 구디너프 교수다. 구디너프 교수는 1995년 미국 텍사스 대학교 재직 당시 제자와 함께 이를 처음 발견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이 특허는 LFP 배터리 원료에 대한 특허이기 때문에 우회가 불가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이때 중국을 대상으로 한 특허 등록이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문제의 발단이 됐다. 지금까지도 '중국이 특허과정서 예외로 분류된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디너프 교수는 특허를 낸 지 수년이 지난 2003년에 중국에 대한 특허 등록을 진행했고, 2008년에 특허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중국이 이 특허를 무효로 해버렸다는 점이다. 2010년 중국배터리공업협회가 국가 특허국 재심위원회에 LFP 특허 무효 소송을 냈고 2011년 재심위가 무효 판결을 내린다. 해당 판결은 중국 내부에서만 해당하는 것으로 해외 시장 진출은 불가했다. 다만 이때부터 중국은 LFP 원천기술을 우선 사용할 수 있었고, 때문에 기술 선점에 유리했다.

구디너프 교수의 원천 특허는 2017년 만료됐다. 이외 LFP 카본코팅 기술 등 주요 특허 대부분은 2021~2022년 만료됐고, 일부는 올해 만료예정이다. LFP 관련 특허가 해제됨으로써 주요 글로벌 LFP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용 LFP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의 전기차용 LFP양산 시점은 2026년경이다. LFP 기술적 난이도가 NCM보다 낮음에도 생각보다 목표 양산 시기가 늦다. 원인이 뭘까.

▲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LFP 기술 관련된 부분은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국보다 싸게 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을 LFP는 '중국 제품 대비 성능과 가격 모두 조금씩 높은' 특징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국산 LFP의 수요 전망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또 LFP 붐이 최근 일고는 있으나 아직 주력 제품이라고 보긴 힘들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NCM을 주력으로 가고, LFP는 받치는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서 기업들은 LFP의 경제성 관련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능 유지하되 가격 낮추는 기술 집중해야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센터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반값 전기차'가 화두가 되면서 일단 LFP 등 저렴한 배터리의 수요가 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어떻게 변화할까.

▲ 전체적 수요 측면서 지금보다 값싼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무조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그것을 꼭 'LFP'라고 좁혀 말할 순 없다. 결과적으로 업계 내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은 공통된 숙제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현재 NCM 계열 가격도 과거의 예상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 NCM과 LFP 가격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 최근 NCM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00달러 수준이다. LFP가 NCM 대비 저렴한 것은 맞지만 반값 수준은 아니다. 특히 '원료→전극→셀' 등 완제품으로 공정이 거듭될수록 그 격차가 줄어든다. 통계자료마다 수치 차이가 조금씩 있으나, 완제품 기준 NCM보다 10~15%가량 저렴하다. 물론 이 '10%'가 큰 차이이긴 하다. 하지만 재활용 및 재사용 가치까지 생각한다면 얘기는 다를 수 있다. 

향후 전기차 폐차 후 나올 배터리의 처분 방식을 두고 재활용·재사용 법제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도 잦다. NCM은 폐배터리에서 이러한 원자재를 거의 대부분 추출할 수 있어 이익이다. 반면 LFP는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아직까진 그 가치의 격차를 명확히 계산할 수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해야 한다. 

- NCM 계열서 성능은 유지하되 가격을 낮추는 기술적 대안이 있나.

▲ '망간리치'라는 전극 소재가 있다. 기존 NCM은 니켈 비중이 높고 코발트와 망간이 서브 역할을 하는 구조인데, 망간리치는 말 그대로 망간을 메인 성분으로 잡는 기술이다. 아직은 어려운 기술이지만 기업들이 해당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원료의 배합비가 중요하다.

만일 망간리치 배터리 개발이 성공한다면 LFP와 가격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망간이 상대적으로 싼 금속이다. 때문에 배터리 가격은 저렴해지고, 에너지 밀도는 LFP보다 높을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망간리치(하이망간) 관련 양극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망간리치 배터리는 NCM 양극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빼고 망간 및 리튬 함량을 높인 배터리다. 주원료인 니켈 및 망간의 가격 차이는 크다. 지난 11일 기준 톤당 가격은 니켈 2140만원, 망간 150만원으로 니켈 가격이 14배 이상 비싸다. 전문가들은 망간리치 배터리가 생산될 경우, 중국산 LFP에 비해선 다소 비싸나 에너지 밀도가 기존 NCM과 비슷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올해 배터리 기술 관련 집중해야 할 키워드가 있다면?

▲ 일단 소재 측면에선 올해부터 당분간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에 어떤 성분을 쓸 것인가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간 하이니켈에 집중하다 보니 화재 등 안전성이 문제가 돼왔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잡기 위해 양극재 변화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음극재와 관련해선 다양한 실리콘의 종류 중 어떤 재료를 이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지 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가격을 잡기 위해선 앞서 설명한 망간리치 등 소재 연구가 이어질 것이다. 

친환경적으로는 건식전극 기술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기존 전극을 제작하는 과정은 '유기용매에 바인더를 녹이는 것'이었는데, 이 유기용매를 쓰지 않고 건식으로 만드는 기술개발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아울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고체'는 차세대 기술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만 '상용화' 의미 해석에 따라 전망이 나뉜다. 기업은 제품 판매가 이뤄지면 '상용화됐다'고 하겠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상용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들이 적극 나선만큼 성과가 나오겠으나 시중 전기차에 탑재되기까진 기업 목표 대비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역시나 가격이 관건이다.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센터 센터장

연세대 금속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30여년간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200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합류, 2014년부터 센터장을 맡아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몰두 중이다. 2017년엔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2025년 한국을 먹여 살릴 100대 기술 및 주역'에 당시 연구성과인 '포스트 리튬이온 전지 소재'가 뽑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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