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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배터리, 길을 묻다]"4가지 핵심변수를 기억하라"

  • 2024.01.09(화) 07:20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인터뷰①
전기차 수요·중국과의 경쟁·미국 대선·기술개발 
"올해 전반 위기…2~3년간 변환점 대비해야"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사진=강민경 기자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업계가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판매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배터리 업황도 위기에 놓였다. '더 높이 뛰기 위한 숨 고르기 '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대비가 필수다. 올해 그리고 그 이후의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전개되고,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즈워치가 배터리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답을 구해본다. [편집자]

"올 한 해 배터리 업계는 전반적으로 위기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 전기차 판매 둔화는 앞으로도 2~3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LFP(리튬·인산·철)를 필두로 한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올해 더 높아져 한중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 환경은 험악하고 앞은 안갯속이다. 방안 강구가 아닌 방향만 제대로 잡아도 다행인 때다."

최근 배터리 업계 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올해 배터리 산업을 좌우할 요인으로 △전기차 수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미국 대선 △기술개발 방향 및 속도 등 크게 4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전기차 판매 둔화세가 올해도 이어져 치명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수요 활성화는 배터리 업황의 희비를 가를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무섭다. 지난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점유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양사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 격차는 0.1%포인트(P)다. 김 교수는 한중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올해 역전, 이러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회는 있다. 그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 간 배터리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진보가 이뤄질 시점"이라며 초격차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기차 판매 둔화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보급 속도의 차이일 뿐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급하게 번진 전기차 유행이 잠시 주춤하는 현상은 숨 고르기로 보고 그간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시스템적 부분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아래는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EV 판매 둔화 속 미중 영향 타격 우려”

- 2024년 배터리 업황을 좌우할 요인을 가장 먼저 묻고 싶다.

▲ 크게는 4가지다. △전기차 수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미국 대선 △기술개발 방향 및 속도 등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차 수요의 회복 여부다. 안타깝지만 전기차 판매 둔화세는 앞으로 2~3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숨 고르기 기간인 셈이다. 그 사이엔 과도기형 모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 '숨 고르기 기간'의 의미는?

▲ 분명한 건 전기차 이전의 시대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전기차의 보급이 더 빨라지느냐 약간 느려지느냐의 차이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130여년간 내연기관차를 몰았다. 그런데 불과 5~6년 새 전기차가 급격히 퍼졌다.

그러다 보니 부품 협력사·전기차 애프터마켓·충전 인프라 등 시스템적으로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전기차 화재 및 비상시 조치 방법에 대해서도 대중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시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때를 활용해 대안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 2023년 36.4%로 낮아졌다. 고금리 여파에 전기차 보조금까지 줄어든 탓이다. 충전 인프라 등 제반 시설 부족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 그 사이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

▲ 지난해 4분기 누적 점유율이 아직 발표되진 않았으나,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이미 역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이러한 추이가  중국산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더 치고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따라붙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반값 전기차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LFP*의 인기가 높아진 덕이다. NCM**에 집중해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이제 와 LFP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사실상 늦은 감이 크다.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적 추격도 매섭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한국의 초격차 기술을 위협하고 있다.

*LFP : 리튬·인산·철을 사용한 배터리. 주요 소재인 철(Fe)과 인(P)이 값싸고 풍부해 가격적 이점이 있다. 화학구조도 안정적이라 발화·폭발의 위험을 쉽게 낮출 수 있어 기술적 난이도도 낮은 편이다. 

**NCM :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니켈·코발트·망간 등 3개 물질을 조합한 양극 활물질’을 활용함으로써 '삼원계 배터리'로도 불린다. LFP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분류된다.

- 중국산 배터리 덤핑 논란도 있는데.

▲ 올해 중국의 배터리 덤핑 공세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과잉 생산된 물량을 싼값에 밀어내기식으로 배터리 및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만큼 미국과 유럽연합은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흐름이 중요할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생존필승법은 초격차, 음극재 성장 가능성 커"

- 미국 대선 여파에 대해선 어떻게 내다보나.

▲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가 가장 우려된다. 업계 일각선 '공포'라는 말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기차 판매를 촉진해 시장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를 폐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핵심 기조가 '화석 연료 생산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이 돼도 의회를 통과해 만들어진 IRA를 전면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법안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은?

▲ 가능성은 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트럼프 당선 후 미국 정부가 IRA '해외우려기관(FEOC)'에 중국 기업들을 명시해 중국과의 합작을 원천 봉쇄한다거나, 세부지침을 통해 배터리 원자재 관련 대중 의존도를 줄이라고 할 경우다. 이럴 땐 사실상 당장 방법이 없다. 국내 배터리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는 약 90% 가량이다. 미중 강대국 논리에 한국이 상당히 곤란해지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배터리 기술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 중국과의 간격이 너무 좁아졌다. 만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영향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내년은 K-배터리의 위기라고 볼 수 있겠다. 

- 위기 속 K-배터리의 생존필승법은. 

▲ 결국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올해부터 당분간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NCM과 LFP 기반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곧 올해부터 NCM과 LFP 각각의 기술개발이 진보화·본격화 될 것이란 뜻이다.

특히 국내에선 음극재 관련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것이 음극재다. 음극재 주성분인 흑연에 실리콘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기법 문제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양극재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돼 있다. 따라서 음극재의 기술 성장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고 볼 수 있겠다.(2편에서 계속)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동국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기자동차협회·미래전기차산업기술연구조합·한국이륜차운전자협회·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등에서 회장으로 있다. 국무총리실·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기획재정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 등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정책자문 역할을 맡으며 자동차 관련 다양한 분야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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