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로 좋은 금융상품들까지 한꺼번에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안전성을 내세운 구조화 상품보다 단순 명료한 상품이 낫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시장을 주도 중인 섹터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길 권합니다."
코로나19에도 글로벌 증시가 훨훨 날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장을 주도하며 퀀텀 점프 중인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속도가 가팔라졌을 뿐 방향성은 한결같았다.
혼돈의 시대에 오히려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는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비즈니스워치와 가진 인터뷰에서 언택트로 더욱 주목받게 된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업들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동준 대표는 옛 LG증권 애널리스트와 삼성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다 2014년 텍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간 투자의 기본인 펀더멘털 분석에 입각한 투자에 매진해왔다. 올해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사이 상대적으로 덜 깨지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다.
남 대표는 성과가 양호한 운용·자문사 상품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터진 사모펀드 사태로 등을 돌리는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상품을 고를 땐 구조화돼 복잡하면서도 안정성을 내세운 것보다 단순 명료한 상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동안 소외됐던 자문형랩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 "성과 좋은데…" 사모펀드 사태 후 좋은 상품도 외면
"장이 이렇게 좋은데도 요즘 프라이빗뱅커(PB)들을 만나면 일단 손사래부터 칩니다. 고객들도, PB들도 기회 앞에서 일단 몸을 사리는 거죠. 사모펀드 사태 여파가 크긴 큰가 봅니다."
남 대표가 전한 요즘 사모상품 시장 분위기다. 지난해 라임부터 최근 옵티머스 사태까지 사모펀드가 실망과 불신으로 낙인찍히자 무조건적인 외면으로 이어졌다. 이미 물린 상품들도 적잖고 심리가 워낙 냉각되다 보니 괜찮은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제시해도 돈만 움켜쥔 채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운용사는 물론 자문사들도 답답한 심정이다. 정석에 맞게 정진해왔고 투자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설명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주들이 날아오르면서 눈부신 수익을 거둔 곳이 적지 않다. 텍톤투자자문도 일찌감치 이에 집중한 덕에 올 들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과 한국 쪽에 주력하고 있는데 올해 이후 수익률이 각각 30%와 60% 선에 육박한다.
◇ 기술혁명 분야 경제적 해자 기업 주목
최근 급등세가 워낙 매섭다 보니 일시적이거나 가파른 조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 대표는 "코로나가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성장세를 키우고 있고 오히려 혼돈의 시대에 주가 반영이 크게 이뤄진다"면서 "소비와 라이프를 바꾸는 인프라를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흐름이 꾸준히 더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고 하루하루 시장이 왜 빠지고 오르는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어떤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어떻게 가격에 반영시키고 있는지, 그 기저의 산업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남 대표는 가장 핵심적인 흐름으로 기술 혁명을 꼽았다. 인터넷(1995~2005년)과 모바일(2005년~2015년)에 이어 AI(2015~2025년)까지 30년에 걸쳐 10년 주기로 진화가 이어지고 있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플랫폼, 자율주행차 등 관련 산업이 지난 5년간 20~30%의 성장세를 보이다 '퀀텀 리프(양자도약)'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세계로 나갈 수 없고 디지털 신경망을 갖춘 기업들은 '경제적 해자'를 만들게 되는데 이런 기업들의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해자란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구조적 경쟁 우위를 뜻한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물을 파놓은 것에 비유한 것인데 1980년대 워런 버핏이 처음으로 투자 아이디어로 언급했다.
◇ 안전하다 포장된 구조화 상품보다 단순한 게 정답
금융상품 잘 고르는 법을 물어봤다. 남 대표는 먼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그간 안전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안전하지 않았던 구조화 상품의 허점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투자자들 몰래 위험한 물량을 담았고 레버리지를 일으켰으면서 안정적인 상품인 것처럼 포장돼 문제가 됐다.
따라서 위험자산을 쫓더라도 단순한 구조의 상품이 이해도 명확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동학 개미가 주도하는 직접투자 열풍을 들며 기관 투자가가 간접투자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은 맞다"면서도 "꾸준히 잘 하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있는 전문가와의 협업도 필요하고 좋은 상품을 제공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자산배분전략을 취할 때 각각의 자산 비중은 투자자 성향에 맞게 선택하되 각각의 자산을 선택할 때는 전문가를 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자산에 국한하기보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수다.
이밖에 "높은 접근성으로 핫한 상장지수펀드(ETF)마저도 수수료가 나가고, 모든 ETF가 다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각 금융상품들의 단점들도 숙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문형랩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시기
자문형랩이 부각될 수 있는 시기란 점도 주목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에 자금을 넣으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여러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해 준다.
펀드가 여러사람의 투자 자금을 모아 운용한다면 랩은 한 사람 당 하나의 계좌로 운용해 개인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자문형랩은 자문사 등 투자회사의 자문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자문형랩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였지만 일부 랩들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서 한동안 관심이 시들해진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자문형랩 잔액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자산관리(WM) 시장 성장과 맞물려 다시 성장 중이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투자할 곳이 없어진 자금들이 들어오면서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남동준 대표는 "자문형랩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적어 허들이 낮은데다 투자현황 파악이 어려운 사모펀드와 달리 개인별 계좌 안에서 투명한 조회가 가능하다"며 자문형랩이 다시 뜰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텍톤투자자문의 경우 현재 AI 이노베이션 중국과 한국 자문형랩 상품을 운영 중이고 향후 미국과 일본에 투자하는 자문형랩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