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열풍과 더불어 요즘 시장에서 가장 핫한 투자상품의 대표격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해외 ETF 중에서도 미국 증시 주요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 유치를 위해 '최저 보수' 경쟁을 벌일 정도로 최근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죠.
그러나 글로벌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ETF에만 '몰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개를 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미국이나 중국 외에도 유망한 지역들이 존재합니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글로벌 경기 침체 와중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이 그중 하나입니다.
때마침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베트남 하노이증권거래소, 블룸버그와 손잡고 'KINDEX 블룸버그 베트남 VN30 선물레버리지(H) ETF'를 상장했습니다. 이 상품은 베트남 하노이거래소의 VN30 선물 가격에 연동되는 세계 최초 레버리지 ETF로, 기초 지수는 블룸버그 F-VN30 지수입니다.
한국투신운용은 원래 베트남 관련 투자 상품으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운용사입니다.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펀드를 출시한데 이어 2016년 7월에는 베트남 VN30 지수를 추종하는 최초의 ETF인 'KINDEX 베트남VN30(합성) ETF'를 상장한 바 있죠. VN30 지수는 베트남 증시 대형주 30개 종목을 기초로 한 지수입니다.
KINDEX 베트남VN30 ETF는 순자산이 21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쏠쏠한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이들 상품을 출시·운용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랜 준비 끝에 두 번째 베트남 ETF를 내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베트남 VN30 선물은 2017년 8월 상장 당시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는 5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유동성이 좋아졌고 일반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장 왜곡도 적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베트남 시장 상황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입니다. 베트남 증시는 올 들어 3%가량 상승했는데요. 우리나라나 미국 등 일부 국가 증시가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증시와 비교하면 10~15%가량 월등히 나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베트남의 코로나 대응능력과 경제 여건을 반영합니다. 베트남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보기 드문 청정 국가로 꼽힙니다. 코로나 발생 후 지금껏 확진자는 1300여명에 불과하고, 확진자가 아예 나오지 않은 지도 80일이 넘었습니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 3주간 대대적인 봉쇄 조치를 취한 덕분이죠.
베트남은 해외 비즈니스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2% 전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에는 6%대의 성장률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고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 외에도 증시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들이 꽤 많습니다. 얼마 전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프런티어마켓(FM) 지수에 속해 있던 쿠웨이트가 MSCI 이머징마켓(EM) 지수로 상향 편입되면서 MSCI FM 지수 내 베트남 시장 비중은 12%에서 29%까지 높아질 전망입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지수인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요 펀드들이 운용에 참고하는데요. 전문가들은 MSCI 지수 내 비중 조정에 따라 앞으로 1년간 베트남 증시로 적게는 2000억원, 많게는 1조원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승권 한국투신운용 베트남법인 주식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의 MSCI EM 지수 편입도 주목할만하다"며 "내년 5월 MSCI EM 지수로의 상향 조정을 위한 워치리스트에 포함된다면 2022년 5월경 공식적으로 MSCI EM 편입이 발표되고, 지수 리밸런싱(재조정)에 따른 영향이 2023년 5월부터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이벤트는 보통 2년 전부터 자금 흐름에 선반영되는 만큼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지수 변경에 따른 이득을 취하기 위한 자금 유입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내년 2~3분기 경 새로운 주식거래 시스템 도입에 따라 당일 매수·매도, 이른바 '데이트레이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내년 초 국가 리더십 변화에 따른 사회 인프라·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등으로 부동산 관련 섹터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전체 VN 지수에서 부동산 관련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르는 만큼 지수 전체의 상승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예상대로 베트남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증시가 상승 무드를 이어가기 위해선 전 세계인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합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 특성상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침체 장기화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베트남의 경제 시스템은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며 효율성도 뛰어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이 역시 유의해야 합니다.
'KINDEX 블룸버그 베트남 VN30 선물레버리지 ETF'는 원화 대비 베트남 동화(VND)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고자 미국 달러 선물을 활용한 환헤지 전략을 사용합니다. 다만 원·달러 헤지 시 증거금에 대해선 부분 환노출되는 구조인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에 앞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 상품이 레버리지 ETF라는 점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 상승 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는 손실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습니다. 상품을 운용하는 한국투신운용 역시 투자자에게 이 점을 강조합니다.
정성인 한국투신운용 ETF전략팀장은 "레버리지 상품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 시장에 대한 단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KINDEX 블룸버그 베트남 VN30 선물레버리지 ETF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KINDEX 베트남VN30(합성) ETF를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