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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리스크 분산 위해 펀드시장 적극 유인책 필요"

  • 2021.03.03(수) 10:20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담당 애널리스트 인터뷰
공모펀드 시장 더 많은 당근 필요…디폴트 옵션 등 필수 도입 제도
공모주 펀드, 투자성향 맞게 선정…"자기 수익은 스스로가 키워야"

코로나19로 인해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로 0%대로 하락하고, 유동성이 역대급으로 풍부해지면서 주식은 투자자들의 필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초저금리에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돈들이 몰려들며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뤘지만 옆 동네인 펀드시장은 여전히 냉기만 가득하다. 일부 펀드들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못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인상마저 준다.

왜 이렇게 됐을까. 15년 이상 펀드시장에 몸담으며 한 길만 걸어온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에게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는 진단을 조심스럽게 내놓으면서도 자산운용업계도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공모주 펀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ESG 펀드의 경우 향후 차별화된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공모주 펀드와 관련해서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빠른 투자 결정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주식시장으로 집중된 투자 열기를 펀드시장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면서 농부가 된 마음으로 투자하라는 팁도 곁들였다.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든 수익은 꾸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당부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비즈니스워치

▲국내 펀드시장 생태계 변화에 대해 설명해달라

- 2000년대 중반에는 모두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펀드 붐을 맞았고,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했다. 자산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 폭이 확대되다 보니 충격이 상당했다. 펀드 자금 흐름과 같은 자료들을 보면 그때의 트라우마가 회복이 안 된 것을 알 수 있다. 간접투자가 아직까지도 정립이 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당시 트라우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원금 손실에서 오는 투자심리 위축 내지 거부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실제 그런 상품들로 투자 자금이 옮겨갔다. 자문형 랩부터 시작해 해외채권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까지 위험은 어느 정도 수반하면서 수익은 금리보다 높은 상품군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가 상당히 높아진 계기가 됐다.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도 부작용에 포함된다. 하지만 일련의 금융사고들은 개별 운용사들의 일탈에 의해 발생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100%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투자자들이 간접투자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굵직한 사건 중 하나는 맞다.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소외를 받는 것인가

- 그렇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언제 가입했느냐에 따라 펀드 손실 폭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30~40%까지 손실을 입어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투자자들은 펀드를 적금보다 약간 더 위험한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간접투자보다는 은행에 돈을 모아놓자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 사실 미국의 401K처럼 다수의 투자자들이 개인적인 성공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해야 인식이 변화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 아예 떠나버리면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찾기 힘들어진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지긴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실패에 가까웠던 당시의 상황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그때의 경험들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급락 사태가 왔을 때 주식투자를 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생긴 것과 같다. 과거 예·적금만 하던 시기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

-현재 공모펀드 시장의 상황을 보면 지속적으로 후퇴 일로를 걷고 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경제가 파탄이 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공모펀드라는 국민들의 자산증식 수단이 축소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흔치 않다. 수치만 보면 국가 위기에 처한 나라 같다. 정부가 세제혜택과 같이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연금 상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품들에 자금이 몰릴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해 장기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업계도 노력해야겠지만 정부 정책적으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투자자들을 간접투자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디폴트 옵션도 당근이 될 수 있나

-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의 경우 작년부터 얘기가 많았지만 국회 통과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지금 계류된 이런 법안들이라도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 추진은 하고 있지만 기대만 있고 결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반듯이 도입이 돼야 하는 제도임에 틀림없고, 여기에 부가적인 혜택이 동반돼야 죽어가는 펀드시장을 살릴 수 있다.  

▲요즘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ESG 펀드와 기존 펀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ESG 펀드의 경우 전략이 많다. 쉽게 말해 도박, 담배, 무기 거래하는 기업 또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제외하는 배제 전략이 있고, 경영상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선 요구를 하는 행동주의 전략도 있다. 대표적으로 강성부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전략적인 측면 외에 대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많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제도와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데 있어 대기업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기부나 사회공헌 등 전체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 편입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ESG 펀드는 정교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ESG 중에서 'E'는 환경에 해당하는데, 시간을 두고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 확대를 한다면 향후 차별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생각한다.

운용사들도 ESG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지만, 투자하는 기업들도 인식이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 평가기관 얘기를 들어보면 7~8년 전만 해도 ESG 평가를 하려면 질문을 발송하고 답변을 받아 점수화를 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회신율이 저조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가 주요 주주이고, 해당 기관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회신율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이게 기업들이 ESG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일례라고 볼 수 있다. 작년부터 시작해 올해도 기업 오너들이 나와 ESG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는 대기업들이 중심일 수밖에 없지만 자연스럽게 코스닥 상장사들도 변화의 시류에 탑승할 시기가 올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기존 펀드와 차별화된 방향성을 보일 것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제품이라고 포장돼 시장에 나왔지만 썩지 않는 물질이 일부 포함될 수 있고, ESG 관련 홍보만 하고 이를 실천하지 않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해외도 마찬가지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우 기후변화라는 대명제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탄소제로 선언이나 연합체 구성을 보면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탄소배출량을 5년 안에 25%가량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업들이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분을 25%씩 매각해야 한다. 이게 지난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의 가입 의무사항이다. 여기에는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알리안츠, 록펠러 재단 등이 소속돼 있다. UNPRI처럼 탄소제로를 위한 연합체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우리나라 연기금들도 가입을 생각할 수 있다. 

UNPRI가 향후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가입을 장려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기업들이 ESG와 관련해 흉내만 낼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펀드로는 공모주 펀드를 빼놓을 수 없다. 선정에 있어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 공모주 펀드 운용에 대한 과거 이력부터 시작해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는지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모주 펀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찾아보면 커촹반(과창판)에 투자하는 중국 공모주 펀드들도 있다. 이용하는 증권사나 운용사가 있으면 그런 상품들이 있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름이 공모주 펀드이다 보니 많은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100% 투자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형마다 다르긴 하지만 담고 있는 자산 비중이 각기 다르다. 특정 펀드는 채권이 80~90%를 차지하는 것도 있고, 코스닥벤처 펀드의 경우에는 주식 비중이 높다. 기본적으로 혼합형 펀드라고 보면 된다. 공모주 펀드 투자를 고려한다면 현재 가입 가능한 상품 중에서 주식 비중이 얼마나 되고, 성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소프트 클로징(일시적 판매 중단)이 눈에 띈다. 그만큼 펀드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는가

-최근 특징적인 현상이 공모주 펀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소프트 클로징을 하는 펀드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소프트 클로징을 할수록 이익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면 운용 여건에 무리가 가고 기존 투자자들을 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규 진입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결정을 빨리하는 게 좋다.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기업공개 일정이 가까워지면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목할 만한 펀드가 있는가

- 인플레이션은 경기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과거에는 물가연동 채권이나 원유, 금 등의 커머디티 상품을 많이 추천했다. 사실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을 때 현금만 들고 있는 게 가장 위험하다. 그래서 실물 자산도 일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주식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조정이 걱정되면 배당형 또는 가치주 펀드 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리스크를 완전히 헤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경기나 국면 등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기본적으로 펀드든, 개별 종목이든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으면 일부를 자산배분 차원에서 이익실현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 같은 경우 '6대 4 모델'이 일반적이다. 가령 주식 비중이 6이고 채권이 4라고 가정하면, 만약 주식시장이 상승했을 때 7대 3으로 맞추고, 다시 일부를 매도해 6대 4로 조정하는 개념이다. 자산배분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투자 기간 등을 감안해 목표했던 수익률에 도달했을 경우 일부 이익 실현을 통해 현금화를 하고,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찾는 전략이다. 원론적이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투자에 입문할 때부터 이와 같은 원칙을 세워두는 게 중요하다.       

분할 투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준가나 주가가 현재 저점에 와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다. 다음 거래일에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만약 수중에 300만원의 여유자금이 있다면 100만원씩 3번에 걸쳐 투자를 해야 한다. 자기만의 기준을 정해 일주일에 한번 또는 열흘에 한번 매수하는 개념이다. 가격이 올라 진입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분할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더불어 꾸준한 관리도 필수 덕목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심사숙고를 한다. 그러나 특정 종목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해 투자 자산이 점점 많아지면 방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관리가 안 되기 시작하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TDF와 같은 상품에 디폴트 옵션이 생긴 것이다. 

매달, 격월, 분기에 자산배분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자기 자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화분에 물을 줘야 식물이 자랄 수 있듯 농부가 된 마음으로 이를 지켜봐야 한다. 수익은 정성을 먹고 자라기 마련이다. 자기 수익은 스스로가 키워야 한다.  

※용어해설

*401K: 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매달 일정액의 퇴직금을 회사가 적립하면 근로자가 이를 운용해 스스로의 투자 결과에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타깃데이트펀드(TDF):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설정해 생애 주기에 따라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조정하는 재산배분 펀드.

*그린워싱(Green Washing): 그린(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 위장환경주의를 의미. 친환경 경영과 관련 없음에도 이를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기업들의 위장 경영.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 상품을 선정, 운용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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