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주도한 주인공은 단연 친환경 관련 상품들입니다. 증시에서 후한 평가를 받는 성장주 못지않게 고공행진을 펼쳤죠.
그러나 올 들어서는 주춤하다 못해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연초 국채금리 급등 여파에 고점 부담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아직까지 정책 모멘텀이 살아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은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티 끝?…수익률 '저공행진'
17일 글로벌 대표 친환경 ETF로 꼽히는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iShares Global Clean Energy·ICLN)'를 비롯해 '인베스코 와일더힐 클린 에너지(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PBW) ETF, '인베스코 솔라 ETF(Invesco Solar·TAN) 등이 지난해 기록한 수익률은 각각 141.8%, 204.8%, 233.9%에 달합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탄소 배출과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기업들을 담고 있는 ETF의 존재감이 확대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했는데요. 세 펀드 모두 계단식 하락세를 나타내며 2분기 초반 52주 최저가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15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8.8%, -14.9%, -19.1%로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범위를 좁혀 최근 석 달 동안의 성과를 보면 더욱 부진합니다. 특히 풍력에너지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TPI 컴포지트'와 태양전지 솔라 셀(solar cell) 기판용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다초 뉴 에너지 등에 투자하는 PBW는 이 기간 27%에 가까운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나머지 ICLN과 TAN는 각각 –11.3%, -23.5%의 수익률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금리에 고점 부담까지…중장기 투자
지난해 수익률 상위 ETF에 이름을 올린 친환경 상품들이 최근 부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문가들은 1분기 막바지에 나타난 금리 급등세와 주가 고점 부담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0.5%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뛰어 오른 셈입니다. 이달 들어서는 1.4%에서 1.5%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금리 하락은 주식 시장의 호재, 상승은 악재로 인식됩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반감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감소하죠.
금리 하락은 반대의 경우인데요.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대수익률 충족을 위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곤 합니다. 지난해 낮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서 미국 성장주 랠리가 나타났다고 증권가에서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초 금리가 급격히 높아졌던 구간에서 다른 성장주들과 비슷하게 그간 주가가 많이 올랐던 종목들이 조정을 받았다"며 "친환경·신재생에너지도 그 영향으로 수익률이 크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일부 개별 종목들의 주가 하락 폭이 커지면서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주가 고점에 대한 부담도 부진의 원인입니다. 작년부터 올 초까지 친환경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면서 일부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도 덩달아 껑충 뛰었는데요.
통상 PER이 높으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ETF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런 기업이 있을 경우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이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ICLN의 자산구성내역(PDF)를 보면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 Inc)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작년에 비해 주가가 많이 하락한 올 3월 기준으로도 PER이 171배에 달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친환경 ETF들이 올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정책 모멘텀이 살아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관심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권합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무드가 올 하반기 또는 내년에 급격히 조성되진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정책과 투자 결정을 통해 가시화할 것"이라며 "주요국 정부가 가깝게는 2030년, 멀게는 2050년까지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안목으로 관련 상품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