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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반기 대어, 쏘카에 남겨진 숙제

  • 2022.07.05(화) 07:35

예상 시총 1조원대에 '거품론' 제기
하반기 상장기업에 악영향 우려도

"쏘카가 차라리 상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만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쏘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IPO를 추진하기로 한 기업들이 줄줄이 계획을 접은 가운데 쏘카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 것이란 업계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발언이었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사진=쏘카 제공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거론되는 쏘카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 약 두달반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악화일로를 걷는 시장 분위기에 상장 레이스를 중도 포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내 증시 데뷔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쏘카가 빈손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신주 100%' 카드를 내놨다. 공모주 455만주를 전부 신주로 발행한다.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주매각 비중을 '제로(0)'로 만들었다. 자의적으로 추가 보호예수를 걸어 대주주 '먹튀'도 사전방지했다. 쏘카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SOQRI는 1년간 보유 지분을 팔 수 없다. 2대주주인 SK와 3대주주 롯데렌탈도 6개월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숙제는 뒤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1조원이 넘는 몸값에 대한 공감대다. 쏘카는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을 활용해 희망 공모가를 3만4000~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1조1436억~1조5136억원이다. 

쏘카의 공모가 산출과정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매출액에 비교기업들의 평균 EV/Sales 거래배수를 곱해 기업가치를 계산한 후, 순차입금을 빼 시가총액을 도출한다. 이를 공모 후 발행주식 수로 나눠 주당 평가가액을 계산하면 6만8074원이 나온다. 여기에 33.9~50.0%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을 최종적으로 산출했다. 이 방식은 마찬가지로 적자기업이었던 카카오페이가 썼던 전략과 동일하다. 

시장에선 쏘카의 할인율이 크긴 하지만 거래배수 자체가 높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비교기업 선정을 둘러싼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활용된 비교기업은 10곳이다. 이중 오비고, 오로라, 고투 등 차량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포함되면서 EV/Sales 거래배수는 8.0배로 뛰었다. 우버, 리프트,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들의 EV/Sales 거래배수는 1.1~2.3배에 불과하다. 

그간 카셰어링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동종업계이자 IPO 1년 선배인 롯데렌탈의 사례는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작년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은 상장 당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쏘카측에서는 기업가치가 결코 비싸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버와 비교했을 때 재무가 우수한 회사"라며 "우버는 영업적자율이 –20%대지만 쏘카는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업을 비교기업군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선 자율주행과 차량관제시스템 솔루션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숙제는 ‘향후 미래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지’다. IPO의 핵심은 공모가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쏘카의 상장은 IPO 시장 개화의 물꼬를 트긴커녕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상장 추진이 단순히 해당 기업이나 상장 주관사뿐 아니라 향후 상장하는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쏘카의 상장 성공 여부를 현대오일뱅크와 컬리, 케이뱅크 등의 연내 상장과 연관성이 크다.

쏘카가 남겨진 숙제를 어떻게 해 나갈지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쏘카가 차라리 상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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