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을 둘러싼 사업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2분기 중형 증권사 순이익이 평균 60% 넘게 급감했다. 특히 지난 6월 금리 발작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 의존성이 큰 중형사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는 와중에 1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투자은행(IB) 사업 강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여부가 증권사간 희비를 가른 핵심 키(Key)가 됐다.
다올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금융에서 강자 면모를 뽑내며 각각 상반기,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DB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적자로 돌아서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다올, 2분기 연속 1위 수성
19일 비즈니스워치가 작년말 기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12월 결산 국내 증권사 12곳의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익 총합은 1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 63.35% 감소한 것은 물론, 1분기와 비교해도 44.05%나 줄어든 수치다.
당초 우려대로 금리 상승, 거래대금 축소 등으로 증권업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중형사는 대형사 대비 전체 수익에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아 타격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IB부문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 회사들은 수익 방어에 성공했다.
12개 증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곳은 다올투자증권이었다.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선두 사수에 성공했다. 다올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434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7.86% 감소했다. 이는 브로커리지와 자기자본 투자 수익이 줄어든데 기인한다.
그럼에도 1, 2분기 순익을 합친 상반기 순이익은 957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근접했다. 이는 회사 설립 이후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실적을 견인한 주인공은 단연 IB부문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원 확대를 통해 성과가 개선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파악되는 인수주선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2%나 증가했다. 자산관리부문 이익도 3%가량 늘었다.
계열사들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다올저축은행은 상반기에만 대출잔액이 약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 결과 2분기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불어났다. 다올자산운용은 운용보수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깜짝 실적' 현대차…2위로 점프
2위는 전분기보다 순위가 3계단 오른 현대차증권이 차지했다. 현대차증권은 '깜짝' 실적을 내며 12곳중 유일하게 전년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에 성공했다. 현대차증권의 2분기 순익은 3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89% 증가했다.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로, 상반기 기준으로는 작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이익을 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채권 포지션을 정리하고 IB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쓴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2분기 용인 남사 물류센터 매각 등 굵직한 임대 가능 자산 딜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앞선 분기에 2등을 차지했던 하이투자증권은 29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순위가 한 계단 내려왔다. 증시 호황이었던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의 감소율이 36.77%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IB와 부동산PF 부문에서 820억원의 순영업수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110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개발사업 PF 등 여러 거래를 주선한 영향이 컸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24% 감소한 1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식거래대금 하락 여파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한 탓이다. 그러나 부동산 PF 주관 분야에서 견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손실을 일부 상쇄했다.
타 증권사와 달리 채권트레이딩부문 수익이 오히려 1년 전보다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채권매매 중개수익은 작년 2분기와 비교해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DB·유안타·한화, 줄줄이 적자전환
2분기 중형사 가운데 순익이 절반 넘게 쪼그라든 증권사는 8곳에 달했다.
5위를 차지한 교보증권의 순익은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67% 줄었다. 브로커리지 수익과 자기매매 수익이 각각 40%, 30%씩 줄어든 여파가 컸다. 대신 파생상품 수익은 381% 급증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발행한 장외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늘었지만 실현된 수익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민관합동 산업단지, 지식센터 등 우량 비주거 부동산 딜을 다수 유치한 덕분에 IB부문의 수익은 9% 늘었다.
리테일 비중이 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61% 감소한 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탁수수료와 매매수료가 모두 뒷걸음질 쳤으며 수지 차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상위권에 있었던 BNK투자증권은 7위로, 순위가 한꺼번에 5계단이나 내려왔다.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90% 감소한 131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IBK투자증권의 순익은 64.31% 줄어든 131억원으로 집계됐다. SK증권은 1분기에 이어 순익이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67.54% 줄어든 37억원에 그쳤다.
순익이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선 증권사도 3곳이나 됐다. 이들 모두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인상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브로커리지와 금융투자상품 판매 수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DB금융투자는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5.64% 감소하면서 4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순익이 114.80% 급감하면서 7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투자증권은 94억원의 손실로 12개 증권사 중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익 감소율이 134.69%로, 12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