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예정된 연말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투자자의 시선은 해외에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한 장기성과, 상승세를 보이는 테마의 부재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해외주식으로 쏠린 것이다.
연초 이후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ETF의 운용규모는 2배나 커진 반면 국내주식을 담은 상품의 규모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밸류업 ETF를 출시해야하는 국내 자산운용사도 투자자 수요에 따라 현재 해외주식 ETF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2일 기준 39조3491억원으로 연초 38조1527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기간 해외 주식형 ETF의 규모는 급증했다. 연초 15조6049억원이었던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은 매달 꾸준히 늘어나면서 9월 초 31조4364억원으로 101.5% 급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에도 여전히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있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꾸준히 우상향해 온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은 수준이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5개년(2020년~2024년 2분기) 동안 연령별로 고객의 ETF 투자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확인하면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의하면 10대부터 50대까지 가장 많이 매수한 ETF 5종목이 모두 해외 주식형 상품이었다.
10대~40대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다음으로는 나스닥100 ETF를 선호했으며, 40대는 중국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도 사들였다. 50대는 중국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를 가장 선호했으며 S&P500지수와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관련 ETF를 주로 매수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형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운용사들은 해외 주식형 상품을 늘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3일까지 상장한 ETF는 총 101종목이다. 이 중 주식형 ETF는 71종목이었으며, 국내 주식형은 23종목, 해외 주식형은 48종목이었다.
일반적으로 ETF 운용사는 투자 수요에 맞춰 상품을 공급한다. 높아진 해외주식 선호도에 맞춰 해외 주식형 상품을 늘린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국내 주식 테마 중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인 테마가 없던 점에서 테마형 ETF의 출시가 적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주식보다 해외주식의 성과가 뛰어나다 보니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고 회사에서도 관련 상품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는 2차전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등 불을 뿜었던 테마가 있었는데 올해는 조선주 외에 눈에 띄는 테마가 없어 국내 주식형 상품 출시가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9월 발표가 예정된 밸류업 지수가 잘 구성돼 12월 밸류업 ETF 출시 이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다면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주식형 ETF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200 같은 국내주식 대표지수의 장기성과 부진이 해외주식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원인이 됐다"며 "반대로 국내주식의 수익률이 해외보다 더 좋다면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만간 발표하는 밸류업 지수가 잘 나오고 수익률도 우수한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투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