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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 기대하는 증권가, 퇴직연금 실물이전에 손짓

  • 2024.10.25(금) 07:30

퇴직연금 실물이전 눈앞…증권사 자금 유치 활발
증권, 은행 보다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 강점"

이달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퇴직연금 계좌 갈아타기)'이 시행되면서 금융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은행권 퇴직연금 잔액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증권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율 강조하며 투자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 시작한다. 지금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바꾸기 위해서 미리 모든 금융상품을 매도(해지)해야 한다. 그러나 실물이전이 가능한 이달 말부터는 금융상품을 보유한 채로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갈아탈 수 있다. ▷관련기사: 이달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발 빠른 갈아타기 원한다면?(10월21일)

퇴직연금 계좌 이동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연금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4000억원이다. 5년 전(2018년) 190조원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198조원으로 절반 이상(51.8%)을 차지한다. 이어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계(22.7%) △생명보험(20.5%) △손해보험(3.9%) △근로복지공단(1.1%) 순이다. 은행보다 수익률 높고 수수료는 낮은 증권

은행권의 독주 속에 퇴직연금 실물이전 첫 시행으로 타업권으로의 자금이동(머니무브)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의 퇴직연금 상품 평균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은 반면 수수료는 더 낮은 특성 때문이다.

2023년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수익률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증권업계의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3.89%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은행권 12.93% △손해보험 12.38% △생명보험 11.96% 순이다. 

장기수익률 지표인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도 증권업계는 각각 2.93%, 2.45%로 가장 높다. 은행권은 각각 2.15%, 1.93%에 그치고 있으며 손해보험은 모두 1%대다.

반면 수수료율은 은행이 가장 높다. 은행권 총비용부담률은 0.412%, 생명보험은 0.333%, 금융투자는 0.325%, 손해보험은 0.306%로 집계됐다. 

취급하는 상품도 은행보다 증권이 더 많다. 은행권에서 거래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 개수는 약 90개~140개 수준이지만, 증권사들은 600~700개의 ETF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업권별 특징이 나타나는 가운데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후 증권가로의 머니무브 가능성을 은행권도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에 증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가지고 있던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위험 선호층"이라면서 "이들이 은행권으로 넘어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권에서도 노령인구나 안정 지향적 투자자는 같은 은행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얼마나 이동할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총비용부담률

가파른 성장 'IRP' 유치전…차별화 서비스 강조  

증권사들은 특히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 고객 유치를 위해 힘쓰는 모양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DB형이 가장 크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DB형 적립금은 205조3000억원(전체 53.5%), DC형 101조4000억원(26.5%), IRP형 75조6000억원(19.8%)이다. 그러나 DB형은 회사 측에서 직접 계약하는 만큼 개인이 계좌를 이동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IRP 계좌는 최근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한해 DB형은 6.7%(13조원), DC형은 18.1%(15조5000억원) 늘었지만, 같은기간 IRP형은 31.2%(18조원)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에 대비해 자사 퇴직연금 수익률과 차별화된 운용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1년간 원금비보장형 IRP 수익률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삼성증권(13.85%)이며, 2위는 유안타증권(13.7%), 3위는 미래에셋증권(13.68%)이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무료 서비스(다이렉트 IRP)를 출시했다. 아울러 연금센터에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해 연금 상담을 제공한다. 또 DC 신규가입자를 위한 'DC 웰컴콜' 서비스와 더불어 공식 유튜브 채널 'SamsungPOP'을 통해 연금 관련 콘텐츠를 제공한다.

같은 기간 DC형 수익률 1위는 하나증권(14.42%), 2위는 미래에셋증권(13.77%), 3위는 현대차증권(13.44%)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년 1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을 위한 차세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AI연금프로', 고객 분석을 통한 개인별 연금 인출 서비스 등도 출시한다. 아울러 비대면 IRP 수수료가 무료이며 영업점 직원을 오프라인 관리자로 지정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MP구독' 서비스와 더불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다.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받아 쉽고 편리하게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식 유튜브채널 '스마트머니'에서는 연금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밖에 퇴직연금 계좌 이동과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도 속속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일인 10월 31일 DC형이나 IRP 계좌에 가입하고 100만원 이상 순입금할 경우 56가지 전염성 질병에 대한 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실물이전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거나 실물이전을 마친 후 일정 금액을 유치하면 경품을 제공하는 곳도 다수다. 삼성증권은 IRP 금액에 따라 경품을 지급하는데 특히 타사 연금 이전액은 두배로 인정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연금저축 300만원 이상 순입금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하는데 ISA 만기자금을 전환입금한 경우 입금액을 2배로 인정한다. 하나증권은 내년 1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12월 31일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알림받기를 신청하면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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