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관련 정보를 마주친다 해도 어려운 기술 용어에 둘러싸여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서읽기에선 한 주간 주요 거래소에서 주목받았던 코인을 선정해 쉽고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가상자산(코인) 거래소 업비트에선 하이브(HIVE)의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이브는 블록체인 기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스팀잇'에서 분리해 나온 블로그 서비스다. 스팀잇은 SNS 이용자들이 양질의 게시물을 올렸을 때 보상으로 코인 스팀(STEEM)을 주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등장 이후부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트론 재단이 스팀잇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스팀 운영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겼다. 인수가 진행될 경우 스팀잇의 민주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결국 트론 재단의 인수를 반대하던 이들은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블로그 하이브를 만들어냈다.
블록체인 SNS의 탈중앙화
2020년 블록체인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트론 재단의 스팀잇 인수였다. 트론은 인터넷 방송, 영화, 음악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2020년엔 창립자 저스틴 선이 가상자산에 회의적이었던 워런 버핏에게 비트코인을 선물하면서 함께 이름을 알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 SNS다. 자신이 작성한 글이 다른 이용자에게 '좋아요'를 받으면 그에 비례해 코인을 보상으로 준다. SNS 이용자들이 인기 콘텐츠를 만들고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업계뿐만 아니라 플랫폼 업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트론 재단이 스팀잇 인수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저스틴 선은 인수를 위해 스팀잇 재단으로부터 스팀 6500만개를 매입했다. 문제는 해당 물량이 스팀잇 재단 측에서 '스팀잇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명분으로 2016년 스스로 채굴한 코인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프로젝트 운영 재단이 스스로 코인을 채굴하는 것이 투명성을 해친다고 본다. 운영 재단이 스스로 코인을 대량 채굴해 보관한 뒤, 코인 가격이 올랐을 때 대량 매도해 혼자만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팀잇 재단은 문제가 된 6500만개 코인을 채굴할 당시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만 쓰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결국 트론의 스팀잇 인수를 반대하던 운영자들은 같은 해 3월 스팀잇을 업데이트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하드포크'를 진행했다. 이렇게 탄생한 블록체인 블로그가 바로 하이브다.
스팀잇과 유사한 운영, 득과 실은
하이브 재단은 블록체인 기반 SNS '하이브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운영 방식은 사실상 스팀잇과 같다. 작성자가 글을 게시한 뒤 '좋아요'를 받으면 그에 비례해 코인 '하이브'를 제공한다. 하이브를 보유한 이들은 해당 코인을 '하이브 파워'로 바꿔 SNS 내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하이브 파워가 많은 이용자는 블로그에서 활동할 때 다른 이용자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이브 파워를 다시 하이브로 바꿀 땐 총 13주가 걸린다. 하이브 파워라는 시스템을 통해 하이브 보유자들은 보상으로 받은 하이브를 매도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이를 통해 하이브 재단은 갑작스러운 매도로 하이브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가격이 요동칠 땐 스테이블 코인 '하이브 달러(HBD)'로 전환할 수 있다. 개당 가격이 1달러로 고정돼 부침이 심할 때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역시 하이브 가격이 하락세일 때 보유자들이 대량 매도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하드포크 당시 일각에선 스팀잇 유저들이 하이브 블로그로 유입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실제론 스팀잇을 업데이트하면서 만들어진 콘텐츠이기 때문에 하드포크 전에 작성된 게시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스팀잇과 큰 차이가 없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블로그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용자를 유입시킬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스팀잇과 비슷한 운영 방침으로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동명 기업·프로젝트 많아 투자자 주의 필요
이러자 하이브는 최근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블록체인으로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하이브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디앱)를 만들어 유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웹사이트 등에 콘텐츠나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웹 3.0을 위한 블록체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이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의 가격이 최근 상승한 뚜렷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하이브는 그룹 BTS의 소속사 하이브나 게임 기업 컴투스의 플랫폼 하이브와 이름이 같아 투자자들의 혼동으로 가격이 오르는 코인으로도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최근 이더리움 채굴량을 공개하면서 외신 등에 보도된 블록체인 채굴 기업 '하이브 블록체인'과도 이름이 같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