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스튜디오인 'AGBO'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게임 울타리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꾼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유지에 따라 넥슨이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역량 이미 검증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AGBO'에 1억달러(약 1354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 지분 11.21%를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1월 4억달러(약 5418억원)를 투자해 38%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총 49.21%의 지분을 확보하며 인수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AGBO는 '어벤져스'의 감독을 맡은 앤서니 루소와 조 루소가 2017년에 세운 영화 제작사다. 루소 형제는 4편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총 78억달러(약 10조5643억원)의 수익을 냈다. 현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루소 형제의 지식재산권(IP) 극대화 역량은 이미 검증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닉 반 다이크 넥슨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AGBO의 최고 경영자(CEO)인 제이슨 벅스맨과 만나 각 사의 IP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인 '언리얼 엔진' 등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새 가상 세계를 만들고 플랫폼 간 결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팝의 게임화 등 융합형 산업으로"
이번 인수합병(M&A)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나기 위한 넥슨의 투자 중 하나다. 작년엔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만들고 회사의 IP 가치 확대를 전담하도록 했다. 앞서 미국의 완구회사인 '해즈브로', 일본의 게임사인 '코나미', '세가' 등에 투자하며 IP도 확보했다. 총 투자금만 1조원이 넘는다.
종합 엔터테인먼트는 고 김 창업자의 꿈이기도 하다. 그는 생전에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업계는 넥슨 필름&텔레비전이 AGBO와 긴밀하게 협업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 필름&텔레비전이 넥슨의 IP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기획한 경험이 AGBO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보유한 게임 IP가 TV시리즈, 영화 등의 매체와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AGBO의 IP를 게임에 이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넥슨의 지분 투자가 해외 영향력 확대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의 IP는 국내와 중국 등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서구권을 비롯한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플랫폼 확장을 위해선 친근감 있는 IP 확립이 중요하다"고 했다.
게임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결국 게임은 플랫폼으로 변모해 다른 콘텐츠와 융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게임 산업은 게임의 영화화, 케이팝의 게임화 등의 융합형 산업으로 빠르게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