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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창업자 이수진 대표 '경영일기' 살펴보니

  • 2023.05.30(화) 15:43

[인사이드 스토리]
경영일기 '리스타트' 개정판 출간
'사람 냄새 나는 창업자→'사람 잘 쓰는 경영인'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가 경영일기를 책으로 펴낸 '리스타트'./사진=김동훈 기자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넘는 '데카콘'으로 떠오른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의 창업자 이수진 총괄대표가 그동안 경영 일기를 모은 책 '리스타트'의 개정판을 지난 3월 말 펴냈습니다. 2015년 9월7일에 처음 출간된 책입니다.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오래 전부터 취재한 대상에 대한 나름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읽으면서 옛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이수진 대표를 처음 만난 때가 무려 8년 전인 2015년 3월2일로 거슬러올라갈 정도로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텔 종업원에서 여가 플랫폼 창업자로 성장한' 이른바 '이수진 대표 버전 흙수저 성공 스토리'를 처음으로 기사화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대단해서는 아니고, 우연과 의지가 닿았습니다. 당시 야놀자가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에서 알게 됐습니다.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기록해두고 달려갔죠. 내부 행사인 까닭인지, 참석한 기자는 저와 전문지 기자 한 명 정도 있었고요.

이수진 대표가 무대에서 내려와 이동할 때 따라붙었습니다. 이 대표는 기자를 처음 만난 것 같았고, 질문하러 온 기자는 저뿐이었습니다. 야놀자엔 홍보실도 없던 시절이라 별다른 제지도 없어 한참을 얘기했죠. 

이 대표는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다가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야놀자의 투자 유치는 2005년 3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립한 이후 처음인데요. 현재 기준이라면 '단독' 기사라며 호들갑을 떨 수 있겠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야놀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변방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가 2015년 3월 기자와 만나 활짝 웃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그러니 언론의 첫 인터뷰에 첫 투자 유치 추진 소식이 나와도 큰 주목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의 이력도 당시 스타트업 창업자 사이에서 흔하디흔했던 유학파, 금수저 집안 등의 키워드와는 거리가 한참 있었죠. 책을 보면, 이수진 대표의 아버지는 그가 4살 때 돌아가셨고 한글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웠으며 학교는 천안공업전문대를 다녔습니다.

이수진이란 사람, 그리고 야놀자라는 기업은 그러나 기사화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다만, 기사를 내기 전까지 이 대표를 3차례나 만났습니다. 보통은 인터뷰 일정 약속을 하고 질문지를 보낸 뒤 1시간 정도 만난 결과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흔한데요. 그의 이야기는 한 번 만난 것으로 담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얘기들이 많기도 한 까닭에, 적어도 여러 번 만나면 심리적 검증은 가능하겠단 생각도 있었습니다.

3번 만나는 동안 야놀자의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판에 음식을 담았고, 그의 사무실에서 차도 마셨습니다. 당시 야놀자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기에, 구내식당은 구 단위 도서관 식당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오순도순 식사하는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이 이 대표를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군 장성이 사병, 장교들과 섞여서 밥을 먹는데 별다른 의전도 없고 딱히 신경도 안 쓰는 그런 분위기라고 할까요. 배드민턴을 즐긴다는 모습에서도 신선함을 느꼈고요.

그래서일까. 책 말미에 이 대표를 '사람 냄새난다'는 평가한 임상규 공동 창업자의 글이 실렸는데요. 당시 이 대표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시간이 흐르며 야놀자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강하게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을 찾아 쓸 줄 아는 경영인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당시 수준의 재무실적에 시장 지위 정도로 만족했다면, 굳이 자신보다 돋보일 수 있는 사람을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대표는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공고-전문대를 거쳐 취업전선에 빠르게 뛰어든 뒤 주식투자로 돈을 날리고 창업해서 또 수차례 망했는데요. 결국에는 순항하는 회사를 만든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자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내려봅니다. 

실제로 개정판 '리스타트'에는 C레벨 임원에 대한 얘기가 별도 꼭지로 추가로 실렸습니다.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책에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부문 공동대표를 만난 사연, 야놀자그룹 전체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맡는 배보찬 대표(야놀자 플랫폼 부문 대표)의 이야기도 그래서 실려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한 야놀자는 끈끈한 정을 토대로 성장해왔으나, 2014년부터 전문경영인을 맞이하기 시작했고, 당시 희망퇴직을 단행해 30%가 넘는 인력이 떠나기도 했습니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조원을 뜻하는 '데카콘'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야놀자, 인터파크, 트리플, 데일리호텔 등 여행 슈퍼앱 포트폴리오를 통해 숙박·레저·교통 등 여행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죠. 신성장동력 '야놀자클라우드'는 전세계 170개국 60개 언어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체로 크고 있고요.

야놀자의 지난해 플랫폼 부문 매출은 3644억원으로 전년대비 36.4% 증가했고, 클라우드의 경우 1095억원으로 224.9%나 치솟았습니다. 숙박 예약 앱에서 IT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이 대표는 책의 말미에 "나의 생각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회사 사무실 책상에서"라고 썼습니다. 이수진 대표의 생각은 어디까지 향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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