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는 다른 글로벌 OTT의 구독료 인상 기조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국내 OTT 업계는 월 결제액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것 대신 광고형 요금제 도입과 같은 '우회로'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에 따른 이용자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11일 OTT 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11월1일부터 디즈니플러스에 새 구독 모델을 적용한다.
새로 도입되는 모델은 월 1만3900원의 '디즈니플러스 프리미엄' 요금제다. 최대 4개 기기를 동시 재생할 수 있고 4K 울트라 고화질(HD)·광역동적범위(HDR)급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짜리 모델 하나만 제공했다. 특징도 프리미엄 요금제가 제공하는 내용과 같았다. 11월 이후 이 요금제는 '디즈니 플러스 스탠다드'로 이름이 바뀌고 새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요금제에 비해 동시 재생 기기 수가 적다. 영상 화질도 최대 HD(1080p)급으로 제한된다. 기존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40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11월1일 이전에 가입한 이용자는 기존 요금으로 프리미엄 요금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기존 가입자가 해지 후 다시 프리미엄 요금제 혜택을 쓰기 위해선 인상된 요금을 내야 한다.
구독료가 인상된 건 디즈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맥스(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OTT)는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난 1월 구독료를 14.99달러(1만9940원)에서 15.99달러(2만1270원)으로 올렸다.
넷플릭스는 공식적으로 요금을 올리진 않았지만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던 기존 모델 '베이직 멤버십(월 9.99달러, 한화 1만3330원)'의 신규 가입을 막았다. 광고 없이 넷플릭스를 쓰려면 '스탠다드 멤버십(월 15.49달러, 한화 2만6110원)'을 가입해야 한다.
토종 OTT는 지금까지 회사가 주도적으로 구독료를 올린 적은 없다.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한 차례 구독료를 올렸다. 왓챠는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일반 요금제(7900원)와 프리미엄 요금제(1만2900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국내 OTT 업계는 요금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요금 인상으로 인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료를 올리면 이용자로부터 비판적인 시선을 받는 분위기가 깔려 있어 월정액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을 꺼린다"며 "토종 OTT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K-콘텐츠를 확산시키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티빙은 법인을 설립한 2020년 영업손실 6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762억원, 지난해엔 1191억원으로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웨이브의 연간 영업손실도 △2020년 169억 △2021년 558억원 △지난해 1217억원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OTT 업계는 직접적인 구독료 인상 대신 광고형 요금제 도입과 같은 우회로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달 10일 올해 2분기 CJ ENM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사업 모델 다변화를 위해 광고 요금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내 OTT 사업자의 적자 폭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처럼 광고 요금제를 도입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이용자가 기존 요금제보다 광고형 요금제를 더 많이 고를 경우 유료 이용자당 평균 수익(ARPPU)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당장 국내 OTT는 무엇이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