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반려동물의 당뇨병 치료부터 관리까지 전주기를 관리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외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덩달아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 당뇨병 치료·관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대웅제약은 최근 '엔블로펫', '이나보펫', '슈나보'라는 이름의 상표명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이 가운데 엔블로펫과 이나보펫은 대웅제약이 국산 신약 36호로 허가받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제품명과 성분명을 딴 이름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1년 당뇨견을 대상으로 엔블로의 혈당강하 효과를 확인하고 현재 관련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약물의 장기 안정성도 확인했다. 1년간의 장기 투약에도 당뇨견 치료시 주로 나타나는 부작용인 저혈당증과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상을 마치면 엔블로펫, 이나보펫, 슈나보라는 제품명 중 하나로 반려동물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치료제 개발에 앞서 반려동물 혈당 관리 시장에서 입지를 남모르게 쌓아왔다. 지난 2020년 미국계 제약사 애보트로부터 국내 판권을 받아 판매 중인 연속혈당측정기(CGM) '프리스타일 리브레'가 다수의 연구를 통해 당뇨 반려동물의 혈당 측정 기능을 알리면서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액이 아닌 피부 아래 조직세포를 둘러싼 간질액을 통해 포도당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기기로 채혈이 필요없고, 센서와 연동한 스마트기기를 통해 언제든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채혈 측정기와 비교해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
이탈리아 볼로냐 수의과대학은 최근 당뇨병에 걸린 강아지 10마리, 고양이 20마리에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부착해 14일간 혈당을 측정했고, 기존 채혈 측정기를 통해 구한 수치와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확도를 확인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사용 시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어 현재 국내외 동물병원에서 오프라벨 방식(허가범위 외 처방)으로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다만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현재 국내에 동물용 의료기기로 미등록돼 있어 대웅제약이 반려동물 대상으로 직접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현행 의료기기법상 제약사는 규제 기관이 허락한 범위 외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과를 표시한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제조사인 애보트는 아직 프리스타일 리브레의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에도 프리스타일 리브레가 이미 국내외 수의사 네트워크에서 동물용 의료기기로 자리 잡은 만큼 관련 허가 여부가 제품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1년 대웅펫(구 더줌헬스케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웅펫은 현재 당뇨병 치료제 외에도 반려동물용 아토피 신약을 개발하고 '베터빌' 등 국내 최대 수의사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 건강 시장이 커지면서 대웅제약이 동물용 당뇨 치료제와 관리 제품을 모두 확보하면 전체적인 매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반려동물 당뇨병 치료 및 관리 시장은 2023년 20억3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8% 성장해 2027년 27억8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향후 동물용 당뇨병 치료제를 출시한다면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함께 반려동물의 당뇨병 전주기를 케어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며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는 세계 첫 경구용 동물 당뇨약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