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공격적인 M&A(인수합병)을 통한 신규 IP(지식재산권) 발굴을 예고했다. 주주들의 요구가 빗발친 배당도 검토하기로 했다.
빗발치는 배당 요구에…"검토하겠다"
크래프톤은 2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재선임(여은정·이수경·백양희) △감사위원(여은정·백양희) 재선임 △서면투표제 폐지 및 전자투표제 기재△ 배당기준일 변경 △배동근 CFO(최고재무책임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정기 주주총회는 약 2시간 30분이 지난 11시 30분께 끝이 났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공모가 대비 반토막난 주가를 지적하면서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정책, 주가부양 방안을 요구했다. 일부 주주는 "배당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 "우리도 2년이나 기다렸다"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14만원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도 반등, 이날 기준 2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공모가(49만8000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고 공표했다"면서 "지난해 16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약 20% 가까이 늘어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창한 대표 또한 "회사실적 자체를 본질적으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주주환원 정책은 지난해 말씀드린 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배당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안건인 배 CFO의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해서도 성토가 이어졌다. 크래프톤은 배 CFO에게 총 8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창한 대표는 "공모가를 넘어야만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고, 주가가 더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면서 "올해는 M&A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배 CFO의 중요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격적 M&A…'빅딜' 가능성도
크래프톤은 올해 M&A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크래프톤은 상장 후 5858억원을 들여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인수하는 '빅딜'을 체결했다. 이후에도 스웨덴 게임 개발사 '네온자이언트', 국내 독립 게임 개발사 '5민랩' 등을 인수했다. 지난해는 소수의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 계약을 병행하는 '세컨드 파티' 형태로 플레이긱, 가든스, 피플캔플라이 등에 투자하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크래프톤이 인수한 기업 중 유의미한 수준의 성적을 보이는 곳은 없다. 크래프톤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언노운월즈가 '문브레이커'를 얼리 엑세스 출시했지만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아 흥행하지 못했다. 5민랩은 '스매시 레전드'는 호평 속 지속적 업데이트를 하고 있고, '장화 홍련: 기억의 조각', '킬 더 크로우즈' 등의 신작을 냈지만 지난해 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 CFO는 "지난해 10명 남짓한 팀이 전 세계 게임사 35여곳을 검토하고 미팅을 진행했다"면서 "그런 노력들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파트너로서 포지셔닝했으며, 올해는 M&A를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 기업을 상대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빅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올해는 펍지 IP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면서 "크래프톤의 계단식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